오늘의 묵상

김준수 아오스딩 신부님의 묵상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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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 중국의 쓰촨성에 일어났던 대지진을 여러분은 기억하실 것입니다. 사상자만 5만 명 가까이 되는 엄청난 피해를 가져왔던 대지진이었지요. 그런데 그 비참한 지진 속에서 한 아름다운 모정은 많은 사람에게 진한 감동을 주었답니다. 이야기는, 구조대가 한참 건물 더미를 파헤치는데 한 여인이 무릎을 꿇고 고개를 숙인 채, 온몸이 콘크리트 더미에 찌그러진 모습으로 죽어 있어 다고 하는군요. 이미 죽은 그 여인을 들어 올리는 순간, 여인의 품에 한 갓난아이가 안겨 있다는 사실을 구조대원이 알게 되었습니다. 그 아이는 먼지투성이의 상태에서도 세상모르게 새근새근 잠을 자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구조대원이 살아 있는 이 아이를 안고 일어서려는 순간, 아이 옆에 놓인 엄마의 휴대전화를 볼 수가 있었답니다. 그 구조대원이 휴대전화의 화면에 쓰여 있는 글을 보고는 그만 통곡하고 말았다고 합니다. 그 화면에는 이러한 글씨가 적혀 있었거든요. 『아기야, 네가 만일 살아난다면, 이 엄마가 너를 너무나 사랑한다는 것을 잊지 마렴…』자신의 아이를 살리기 위해 자신의 생명을 바친 이 엄마의 사랑, 이 얼마나 아름답고 숭고한 사랑입니까? 저는 이 여성으로 말미암아 인간으로 태어났음에 감사했었습니다. 그리고 그 사랑에 저는 가슴이 미어졌고 저절로 그녀와 그녀의 아이를 위해 기도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우리는 알잖아요. 다들 그녀처럼 그렇게 사랑할 것 같지만 많은 사람은 그렇게 할 수 없는 사랑이었기 때문입니다. 

주님께서 당신 존재와 삶을 통해서 말씀하시고 실천하신 바는 한 마디로 사랑이었지요. 또한 당신의 십자가 죽음을 통해서도 보여 주신 것이 사랑이었고요. 그렇습니다. 이 사랑을 실천하신 주님은 우리가 당신의 사랑을 통해 ‘생명을 얻고 또 얻어 넘치게 하려고’ 이 땅에 오시고 십자가에 사랑으로 죽었습니다. 생명으로 구원된 우리가 그 사랑을 기억하며 살아가는 삶이야말로 바로 주님의 사랑에 응답하는 것이라고 믿습니다. 오늘은 부활 4주일이며 일명 착한 목자 주일, 곧 ‘성소 주일’이기도 합니다. 성소는 바로 주님의 부르심을 의미하지요. 사랑하며 살라는 주님의 부르심에 제대로 응답했는가를 반성하면서 다시금 주님의 뜻에 맞게 사랑하며 살겠다고 결심을 하는 날입니다. 산에 오르는 길은 하나가 아닙니다. 여러 갈래의 길이 있고 저마다 자신의 조건에 맞는 길을 택합니다. 우리의 신앙의 여정도 마찬가지입니다. 하느님께서는 모든 사람을 하나하나 너무 잘 아십니다. 그래서 그 사람에게 맞는 길이 무엇인지 아시고 그 길을 가도록 초대하십니다. 이것을 성소라고 합니다. 성소는 우리를 향한 하느님의 부르심입니다. 그 사랑의 길은 앞의 이야기에 등장하는 어머니의 사랑도 있고요, 부부간의 사랑도 있습니다. 또한 교회와 교우를 사랑하는 성직자 수도자의 사랑도 있습니다. 즉, 자신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 사랑하며 생활하는 것이 바로 성소 주일의 의미입니다. 

오늘 복음에 이어서 나온 구절은 “착한 목자는 양들을 위하여 자기 목숨을 내 놓는다.”( 10,11)는 말씀입니다. 이는 곧 누가 착한 목자인지를 가늠하는 척도를 분명하게 보여 줍니다. 목자가 양들을 위해 얼마나 자신을 희생할 수 있는가? 착한 목자는 양들을 위해 기꺼이 자기 목숨까지도 내놓을 수 있고, 이는 바로 자기 자녀를 구하기 위해 죽어간 그 여성이 바로 착한 목자의 모습입니다. 그리고 죽음의 수용소 아우슈비치에서 다른 사람을 대신해서 “제가 이 사람 대신에 죽겠다.”고 자신을 희생한 막시밀리안 콜베 신부 또한 착한 목자의 아름다운 전형입니다. 

예수님 시대에 목자들은 풀을 따라 이동하다가 밤이 되면 들판에서 밤을 지냈다고 합니다. 따라서 목자는 목숨을 내놓고 맹수들로부터 양을 지켜야 했습니다. 따라서 위험할 때 양들에게 더 가까이 가는 목자야말로 착한 목자입니다. 이 기준은 가정이나 사회, 국가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위험할 때 자신만 살겠다고 뒷걸음친다면, 그는 분명 도둑이며 강도일 뿐입니다. 예수님께서는 당신 자신이 착한 목자이심을 강조하신 “나는 내 양들을 알고 내 양들은 나를 안다.”(10,14)라고 하신 말씀에서도 잘 드러납니다. 성서에서 <알다.>라는 단어는 단순한 지식을 넘어서서 하나의 실존적 관계를 드러내 주는 표현입니다. <안다는 것>은 그 대상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체험하는 것을 말하며 그 사람과 깊은 관계를 갖는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착한 목자가 양들을 잘 알듯이 양들도 그 목자의 목소리를 잘 알고 있을 때 목자와 양은 깊은 신뢰와 의탁의 관계 속에서 살아가는 것입니다. ‘성소聖召’는 주님의 목소리를 알아듣고 그분의 부르심에 응답하여 살아가는 삶을 말합니다. 착한 목자는 자기 양의 소리만 들어도 알고, 멀리서 양의 모습만 보아도 자기 양을 구별합니다. 목자는 양의 체질이나 습관이 어떤지 안다는 것입니다. 그러기에 <안다.>는 것은 체험적인 앎입니다. 목자가 양을 아는 것처럼 양도 체험적으로 목자를 알아봅니다. 양은 목자에게 의존할 수밖에 없기에, 특히 자기 목자의 음성을 기억하고 분간한다고 합니다. 목자는 양을 알고 양은 목자를 체험적으로 알듯이, 우리도 예수님을 지적이나 관념적으로 알기보다는 개인적으로 알고 체험적으로 알아야 합니다. 예수님은 양인 우리를 마음으로 알고 삶을 통해서 압니다. 예수님께서 이렇게 내밀하게 나를 아신다는 것을 내가 알게 되면, 다시 말해 내가 그분께 그렇게 내밀하게 ‘알려진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비로소 우리 역시 그분을 참으로 알게 되고 온전히 신뢰하며 의탁하게 됩니다. 다시 말해 예수님을 우리의 인도자가 되시어 평화와 안식을 주시는 분, 삶의 모든 복을 가져다주며 우리를 돌보는 목자이심을 압니다. 목자는 양 떼를 돌보는 일을 아버지 하느님한테서 위임받았습니다. 그래서 예수님은 아버지 하느님의 양들을 위해서 끝까지 돌보는 일을 감당하시며 자신에게 맡겨진 “양들이 생명을 얻고 또 얻어 넘치게 하려고 왔습니다.”(10,10) 

우리는 양처럼 목자의 음성을 알아듣는 삶을 살아야 합니다. 우리는 비록 부족한 허점투성이지만 실망하지 않고 예수님께 의지하는 것이, 우리가 해야 할 몫입니다. 내 약점으로 인해 종종 넘어지더라도 포기하지 말고 예수님만 의지해야 하고 예수님만 따라가야 합니다. 우리는 우리를 위해 목숨까지 기꺼이 내놓는 목자 예수님을 보내주신 하느님께 감사하며 예수님을 믿고 의지하고 신뢰해야 합니다. 오늘 착한 목자 주일이자 성소 주일을 맞아 우리 각자의 부르심과 그 부르심에 충실한 양으로써 살아갈 뿐만 아니라 양들의 냄새를 알고 양들을 돌보기 위해 노령이심에도 충실히 목자직을 수행하시는 교종 프란치스코와 모든 주교와 사제들을 위해서 기도하도록 합시다. 그리고 이들의 목자적인 삶을 본받고자 하는 많은 남녀 성소자를 위해서도 기도합시다. 여러분이 계시기에 제가 여기서 이 삶을 살고 있음에 감사드립니다. “나는 착한 목자다. 나는 내 양들을 알고 내 양들은 나를 안다.”(10,14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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