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묵상

김준수 아오스딩 신부님의 묵상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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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 어버이날을 맞아 성직자·수도자 부모님 피정을 준비하면서, 정호승 시인의 시에 나타난 ‘아버지를 향한 사랑 이야기’를 읽고 느낀 점이 많았기에, 제 생각을 덧붙여 정리해서 여러분과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어쩌면 우리 부모님들 역시 자신의 초지草地, 가정에서 양들이 싱싱한 풀과 물을 풍부히 먹고 건강하게 잘 자라고 행복하게 살기를 바라는 착한 목자와 같은 존재이셨으며 역할을 하셨다고 저는 믿습니다. 사실 정호승 시인의 시는 시인의 실제 삶의 이야기입니다. 시인의 아버지에 대한 사랑 이야기가 곧 우리의 이야기로 다가오는 까닭은 우리 모두의 마음속에 담아두고 있는 부모님에 대한 애틋한 사랑을 그가 우리를 대신해서 시로써 진솔하게 표현했기 때문입니다. 함께 시인의 시를 읽으면서 시에 내포된 그의 마음으로 우리 모두, 살아 계시거나 이미 돌아가신 부모님께 대한 사랑을 노래합시다. 

우리는 시나 소설 혹은 수필을 읽다 보면, 어머니에 관한 사랑 내용은 적지 않지만, 아버지의 사랑에 관한 시나 소설 혹 수필은 드물다는 것을 느꼈을 것입니다. 그러기에 정호승의 시에 나타난 시인의 아버지에 대한 사랑 이야기는 아버지를 향한 마음이 진솔하게 담겨 있어서 우리 마음 깊이 묻혀 있는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을 불러일으킵니다. 정호승 시인은 「내 인생에 용기가 되어준 한 마디」라는 책에서 자신이 아버지의 아들이었다가 두 아들의 아버지가 된 뒤에 「아버지의 나이」라는 시를 썼다고 합니다. 시골의 아버지는 아들인 자신을 지게에 태우고 나무 그늘 밑에 내려놓고 숲속의 아름다움과 고요함을 맛보게 하려는 마음이었고, 강가로 가서도 지게를 내려놓고 강의 아름다움도 느끼게 했다고 하네요. 시인은 이 정경을 이렇게 시에 담았습니다. 

『나는 이제 나무에 기댈 줄 알게 되었다. 나무에 기대어 흐느껴 울 줄 알게 되었다. 나무의 그림자 속으로 천천히 걸어 들어가 나무의 그림자가 될 줄 알게 되었다. 아버지가 왜 나무 그늘을 찾아 지게를 내려놓고 물끄러미 나를 쳐다보셨는지 알게 되었다. 나는 이제 강물을 따라 흐를 줄도 알게 되었다. 강물을 따라 흘러가다가 절벽을 휘감아 돌 때가 가장 찬란하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해질 무렵 아버지가 왜 강가에 지게를 내려놓고 종아리를 씻고 돌아와 내 이름을 한 번씩 불러 보셨는지 알게 되었다.』

시인은 이 시를 쓰면서 비로소 아버지의 사랑을 알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또한 그의 시집 「포옹」에서는 아버지의 이야기가 봇물 터지듯이 많이 나오고 있습니다. 부친이 연세가 들어 뇌경색으로 쓰려졌을 때, 시인은 아버지의 집으로 작업실을 옮기고 불편한 아버지를 돌보게 되었습니다. 시인의 아버지는 배변도 못 가리고 나팔꽃 씨를 환약으로 알고 드시기도 했다고 합니다. 그러기에 「못」이란 시에는 몸이 구부러져 허리를 펴지 못하는 분이 되신 아버지를 보고 아버지가 지금껏 지내오며 자신에게 온갖 정성을 다했던 아버지의 마음을 알게 되었다는 것을 이렇게 표현하고 있습니다.

『벽에 박아두었던 못을 뺀다. 벽을 빠져나오면서 못이 구부러진다. 구부러진 못을 그대로 둔다. 구부러진 못을 망치로 억지로 펴서 다시 쾅쾅 벽에 못질하던 때가 있었으나 구부러진 못의 병들고 녹슨 가슴을 애써 헝겊으로 닦아놓는다. 뇌경색으로 쓰러진 늙은 아버지 공중목욕탕으로 모시고 가서 때밀이용 침상 위에 눕혀 놓는다. 구부러진 못이다. 아버지도 때밀이 청년이 벌거벗은 아버지를 펴려고 해도 더 이상 펴지지 않는다. 아버지도 한 때 벽에 박혀 녹이 슬도록 모든 무게를 견뎌냈으나 벽을 빠져나오면서 그만 구부러진 못이 되었다.』 

정호승 시인은 자신의 아버지가 마치 못과 같이 구부러진 분이 되었다고 표현합니다. 한때는 건강한 못으로 가족의 양육을 위하여 온몸을 다하여 모든 것을 짊어지고 가셨는데 이제는 그 못이 녹이 슬고 구부러져 펴질 힘이 없게 된 것입니다. 나이가 들어서 못은 녹슬고 구부려져 더 이상 펴지지 않은 것이라고 표현합니다. 시인은 그런 아버지를 보면서 아버지에 대한 사랑이 용솟음쳤다고 합니다. 저는 1986년 미국 유학을 끝내고 귀국해서 부모님을 모시고 제주도와 부곡 하와이로 함께 여행을 갔었습니다. 그때 아버지와 함께 온천에서 목욕하면서 아버지의 등을 밀어주다가 저도 모르게 나이 드시어 등 굽어진 아버지의 등에 얼굴을 파묻고 울었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히 남아있습니다. 사랑이 다른 사랑을 낳는다고 합니다. 시인이 아버지로부터 받았던 사랑은 자녀들에게 향한 사랑이 되고 아내에 대한 사랑이 됩니다. 모든 사랑은 서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서로 연결되는 사랑은 새로운 사랑 이야기가 되어 계속 이어지는 특성이 있습니다. 

아버지뿐만 아니라 어머니까지 우리 어릴 때 보여 주시던 그 지극 정성의 사랑은 어디에 비교할 수 없을 것입니다. 세월이 흘러 부모가 되고 자신의 아이가 태어났을 때 신생아실에서 처음 보는 아이의 모습에 눈물이 핑 돌았다는 제 친구의 표현이 제 가슴에 아직도 남아 맴돌 때가 있습니다. 결혼한 사람들은 이렇게 한 생명의 태어남이 더구나 자신의 아이가 태어난 일에 감사의 마음이 가득했을 것입니다. 그 아이가 차차 자라나면서 부모인 자신에게 달려와 안기고 부모인 자신을 알아보고 성장해나갈 때, 그 시간 하나하나가 너무나 소중하고 아이에 대한 사랑은 자꾸 커져만 갔으리라 생각됩니다. 아이를 위하여 더욱 열심히 일하고, 무엇인가 맛있는 것이라도 더 먹이고 싶고, 어디 가든 더욱 밝게 보이고 싶어서 있는 힘을 다하여 돌보고 보살폈으리라 생각합니다. 이런 마음에서 예전 자신에게 사랑을 보여 주셨던 부모님의 심정을 알아가고 그렇게 하는 동안 아이는 자라고, 그리고 시간이 흘러 그 아이가 부모가 되어 그에게서 자녀가 태어나고, 이렇게 그 자녀도 부모가 되어갑니다. 부모로부터 받은 사랑은 계속 내리사랑으로 이어지는데, 흐르는 강물같이 지나가는 세월에 우리의 부모는 점점 더 세월의 자국으로 주름이 더 짙게 가며 몸은 약해지고 등은 구부러져 갑니다. 나에게 하였던 모든 힘이 다 소진되어 이제는 더 이상 베풀려 하여도 그럴 수 없는 구부려진 못이 되면서 세월은 그렇게 흘러갔겠지요.

자녀에 대한 사랑만이 아니라 아버지와 어머니에 대한 사랑을 우리는 얼마나 표현하며 살아가고 있나요. 그렇게 시간이 지나고 세월이 흘러간 만큼 우리 또한 이 세상을 떠나갈 시간이 가까워져 가는데, 우리는 이제 주어진 남은 시간 동안 우리의 사랑을 필요로 하는 가족들에게 어떻게 사랑하며 살아가야 참으로 후회하지 않을까요? 정호승 시인은 뒤늦게나마 부모가 된 뒤 아버지의 마음을 알았고 아버지의 사랑을 깊이 있게 느꼈기에 시에 그 마음을 담아낸 것입니다. 부모님에 대한 사랑은 매년 돌아오는 어버이날만 부모님을 생각하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 역시도 부모의 사랑을 깨닫고 지금 그 사랑을 자녀들을 통해 사랑하며 살아가고 있다면 그게 부모에 대한 사랑의 응답이라고 느껴집니다. 그렇게 매일 사랑하며 살려고 노력하는 그 시간이 바로 소중하고 행복한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부모님의 마음은 세상의 어느 마음보다도 정말 깊고 따뜻하고 푸근하고 넓습니다. 오늘 어버이날을 맞아 우리 또한 그리움을 담아 부모님께 드리는 사랑 이야기를 진지하게 써보는 것은 어떨까 싶습니다. 부모님에 대한 사랑 이야기는 또 다른 사랑 이야기를 만든다고 생각합니다. 예전 어버이날 특집으로 ‘불후의 명곡’이란 프로그램에서 ‘인순이와 정동화’가 불렀던 「아버지」라는 노래가 아직도 제 마음속에서 메아리 되어 들려옵니다. 사실 전 이 노래를 무척 좋아하고 때론 조용히 불러 보기도 합니다. 그리고 많은 가수가 저마다 이 노래를 부를 때마다 자신의 아버지를 그리워하며 우는 모습을 봅니다. 노래를 듣는 저 역시도 부모님을 생각하며 눈물 흘리기도 합니다. 『점점 멀어져 가버린 쓸쓸했던 뒷모습에 내 가슴이 다시 아파온다. 서로 사랑을 하고 서로 미워도 하고 누구보다 아껴주던 그대가 보고 싶다. 가까이에 있어도 다가서지 못했던 그래 내가 미워했었다. 제발 내 얘길 들어주세요. 시간이 필요해요. 서로 사랑을 하고 서로 미워도 하고 누구보다 아껴주던 그대가 보고 싶다. 가슴 속 깊은 곳에 담아두기만 했던 그래 내가 사랑했었다. 긴 시간이 지나도 말하지 못했었던 그래 내가 사랑했었다. 』살아 계신 부모님께 ‘과거 시제가 아닌 현재 시제’, 곧 오늘 그리고 매일 다함 없는 몸짓과 언어로 사랑을 표현해 보십시오. 등이 굽었든 몸이 병드셨든 부모님이 ‘살아 계시다’는 그 사실만으로도 축복입니다. 왜냐하면 아직도 사랑할 시간이 주어졌고 기회가 남아있기 때문입니다. 

제 부모님은 오래전에 돌아가셔서 지금 아니 계십니다. 그래서 저는 매일 기도와 미사 때마다 부모님께 ‘엄마, 아버지, 미처 말하지 못했지만 사랑했었습니다. 고맙습니다. 그리고 보고 싶습니다. 이제 눈물도 고통도 이별도 없는 그곳에서 편히 쉬시길 바랍니다.’고 고백합니다. 그래서 저에게는, 매일 매일이 어버이날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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