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묵상

김준수 아오스딩 신부님의 묵상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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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영화를 많이 좋아합니다. 그래서 저는 혼자 감동적인 영화를 본 뒤엔 사람들이 다 빠져나간 극장 안에서 한참 동안 머물 때가 있습니다. 영화 속에서 본 장면들이 아직도 제 가슴에 생생하게 남아있어서 현실로 돌아가는 발걸음이 선뜻 내키지 않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다시 영화 속 세상이 아닌 일상으로 돌아가야 합니다. 영화는 세상 속의 이야기를 담고 있지만 현실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오늘은 주님 승천 대축일입니다. 오늘 제1 독서 사도행전에는 주님 승천의 모습이 생생하게 그려져 있습니다. 하늘(=아버지의 집)로 올라가신 예수님을 유심히 바라보는 제자들의 모습이 눈에 선합니다. 예수님께서는 당신의 모든 것을 바쳐 사랑했던 제자들이 보는 앞에서 하늘로 올라가셨습니다. 하늘로 올라가신 예수님은 이제 더 이상 육신의 눈으로 볼 수 없게 되었고, 이것이 제자들이 당면한 현실이었습니다. 이제 예수님께서 돌아가신 하늘(=아버지 계신 곳)은 더 이상 빈 공간이 아닙니다. 하늘은 바로 이 세상 소풍(=천상병의 귀천)을 끝내고 돌아가서 예수님께서 머무실 곳이며, 예수님께서 이미 이 세상을 떠나가시기 전에 우리가 머물 자리를 마련하러 가신다고 하신 그곳입니다. 그리고 우리 또한 언제가 그곳에 가서 함께 머물 곳입니다. 이처럼 하늘은 우리가 가야 할 곳이고 영원히 살 곳입니다. 하지만 우리가 직면한 현실은 지금 있는 이 땅에서 예수님께서 이미 시작하셨지만, 아직 완성되지 않은 하느님 나라를 선포해야 하는 현실입니다. 예수님의 승천은 부활하신 주님을 믿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간직하고 살아가는 삶의 최종 목적지가 어디인지를 보여 주지만, 동시에 그 믿음을 살아가야 할 현실이 어디인지를 또한 가르쳐줍니다. “갈릴래아 사람들아, 왜 하늘을 쳐다보며 서 있느냐?”(사1,11)는 천사의 말처럼 십자가에서 죽으셨다가 부활하신 예수님은 우리 곁을 떠나셨기에 지금 이 땅을 살아가고 있는 우리는 그 분을 육신의 눈으로 볼 수 없는 현실 안에서 그분을 믿는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분명하게 드러내야 할 때가 온 것입니다. 

그리스도를 믿는 신앙인들에게 ‘오늘’은 그리스도를 만나고 그분 안에서 살아가는 현실입니다. 주님의 승천은 ‘오늘’을 사는 우리의 시선이 향해야 할 곳이 어디인지를 보여 줍니다. 서양 격언에 ‘코는 숫돌에, 시선은 언덕에 두라.’는 표현이 있습니다. 우리에게 주어진 현실이라는 숫돌을 갈면서도 우리의 시선은 항상 언덕 너머의 목표를 향해 있어야 합니다. 우리의 코와 시선이 숫돌에만 머문다면 우리의 삶은 반복되는 일상의 단조로움과 지루함에 짓눌리게 될 것이며, 코와 시선을 모두 언덕에 두게 되면 현실 안에서 우리가 살아야 할 삶의 의미를 잃어버리게 됩니다. 그러한 삶은 땅에 발을 디디지 못하고 허공에 뜬 것처럼 공허하고 맹목적인 삶이 되어버립니다. “너희는 가서 모든 민족들을 제자로 삼아, 아버지와 아들과 성령의 이름으로 세례를 주고, 내가 너희에게 명령한 모든 것을 가르쳐 지키게 하라.”(28,19) 부활하신 주님께서 승천하시며 제자들에게 명령하신 이 말씀은 그리스도를 믿는 모든 사람의 현실이 되어야 합니다. 예수님의 승천은 제자들이 선포할 기쁜 소식을 통해 이제 영원한 현존을 지속해 가시는 출발점임과 동시에 심판의 기준점으로 자리매김하는 결정적 사건입니다. 그리스도를 믿는 사람들은 나날의 삶에서 그리스도 현존의 의미를 살아가는 사람들이어야 하고, 그러한 그리스도 현존의 의미를 세상에 증거 해야 하는 것입니다. 주님을 믿는 사람들에게 현실이라는 세상은 ‘사랑을 열매 맺는 텃밭’인 까닭입니다. 

믿음과 현실 사이에서 어디에 눈길을 두어야 할지 모르는 우리에게 주님께서는 말씀하십니다. “성령께서 너희에게 내리시면 너희는 힘을 받아, 예루살렘과 온 유다와 사마리아, 그리고 땅끝에 이르기까지 나의 증인이 될 것이다.”(사1,8) 주님께서 앞서가신 하늘나라에 대한 희망을 간직하고 산다면, 우리네 삶은 신명 넘치게 복음을 선포하는 삶이 될 것입니다. 비록 우리가 가끔은 삶의 무게에 짓눌려 눈을 들어 당신을 바라볼지라도, 오늘이라는 현실의 쳇바퀴가 덧없어 입을 열어 당신을 부를지라도, 당신의 사랑에 목말라하고 당신께서 앞서가신 길이 우리를 위해 마련한 축복의 길임을 믿고 있기에 우리는 희망하며 지금 이 땅에서 파스카의 증인으로 불린 소명에 충실해야 합니다. 

오늘 주님 승천 대축일을 기념하면서, 우리가 궁극적으로 돌아가야 할 곳이 하늘나라임을 잊지 말고, 복음을 선포하고 복음을 실천하며 살아갈 때 세상이 줄 수 없는 평화 속에 살 수 있으며 주님께서는 세상 끝날까지 우리와 함께하실 것입니다. 우리 인생의 완성은 이 세상에서가 아니라 예수님께서 승천하여 계신 아버지의 집에서 이루어질 것이며 그것이 우리 인생의 목표임을 잊지 말아야 하겠습니다. 교부 오리게네스는 이런 말을 하였습니다. 『그대가 하늘이고 그대가 하늘로 간다.』고 말입니다. 초대교회의 위대한 교부들이나 사막의 성자들, 수도자들은 모두 이 같은 영성을 지니고 살았습니다. 즉 우리 안에 하느님께서 계심을 믿을 때, 우리가 하늘이라는 소중한 믿음을 안고 살아갈 수 있습니다. 이 같은 믿음을 아우구스티노 성인은 또 이렇게 표현하셨습니다. 『하늘의 하느님을 모시고 있으면 우리가 하늘이다.』

제자들은 예수님의 승천을 바라보다가 들려오는 위로의 소리를 듣습니다. “갈릴래아 사람들아, 왜 하늘을 쳐다보며 서 있느냐? 너희를 떠나 승천하신 저 예수님께서는, 너희가 보는 앞에서 하늘로 올라가신 모습 그대로 다시 오실 것이다.”(사1, 11) 이 말씀으로 제자들은 예수님의 재림을 믿고, 예전처럼 실의와 두려움에 갇혀 있지 않고 이전보다 더욱 강한 확신과 희망으로 지금 여기에서 복음 선포자로서의 사명에 충실했던 것입니다. 우리 또한 복음을 선포하고 실천하면서, 다시 오실 주님께 대한 희망과 믿음을 간직하며 살아야 할 것입니다. “환호 소리 가운데 하느님이 오르신다. 나팔 소리 가운데 주님이 오르신다.‘(시4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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