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묵상

김준수 아오스딩 신부님의 묵상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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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복음은, 예수님께서 사도들에게 “너희는 나를 누구라고 하느냐?”(16,15)라고 묻자, 사도 베드로가 “스승님은 살아 계신 하느님의 아드님 그리스도이십니다.”(16,16)고 신앙을 고백한 이야기입니다. 베드로 사도는 사도들 가운데 으뜸 사도로써, 참된 그리스도인으로서 그리스도인이 어떤 존재이며 누구인가를 보여주는 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예전 우리나라를 방문하셨던 프란치스코 교황님은 베드로 사도처럼 신앙고백을 몸소 삶을 통해서 보여주셨으며, 특별히 시복되신 순교자들의 신앙의 본을 본받아 한국 사회에 그리스도를 증거하며 살도록 우리에게 힘을 실어 주셨습니다. 신앙은 이론이 아니라 실천이라고 말입니다. 정말 이 땅을 살아가는 그리스도인인 우리가 우리의 신앙 선조들이 자신들의 신앙생활, 곧 순교를 통해서 증거하고 고백했던 신앙을 살아가도록 저희에게 자긍심을 깊이 심어주셨다고 믿습니다. 참된 신앙은 입으로 고백하고 몸으로 그 참된 진리를 증거하는 것입니다. 오늘 예수님께서 사도들에게 질문하신 의도는 단지 그들의 신앙고백을 듣기 위함만이 아니라 자신들이 믿고 있는 바를 살겠느냐는 다짐의 의미가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왜냐하면 성서에 자주 등장하는 것처럼 악령들도 그분이 누구신지를 알았지만, 그들은 그리스도를 믿고 따르지는 않았잖아요. 중요한 것은 예수님이 그리스도이심을 고백한 만큼, 그리스도께서 사신 삶을 사는 것이 중요합니다. “자기가 하느님 안에서 산다고 말하는 사람은 그리스도께서 사신 것처럼 살아야 합니다. ” (1요2,6) 베드로의 신앙고백 다음에 예수님께서 교회 설립을 말씀하시는 것은 ‘스승이신 주님께서 사셨던 삶을 살고자 그분을 그리스도로 믿고 추종하려는 사람들이 모인 곳’이 바로 교회라는 점을 분명히 밝히신 것입니다. 그래서 그리스도인들이 실천하는 신앙생활 안에 그리스도가 현존하시고 활동하시며, 늘 저희와 함께 살아 계신 하느님을 세상 사람들이 알아보게 된다는 뜻입니다. 

독일의 신학자이자 목사였던 ‘디트리히 본 훼퍼’(1906~1945)는 이렇게 외쳤습니다. “싸구려 은총이 우리 교회의 치명적인 적이다. 은총이 싸구려 행상인의 물건인 양 시장에서 팔리고, 죄의 용서라는 것도 할인된 가격으로 내다 팔리고, 가치 없는 은총, 노력 없이 은총만을… 그러한 교회가 있는 사회는 죄를 손쉽게 은폐해 버린다.” 본 훼퍼의 표현은 곧 세상에는 믿음이 없는 사람들보다도 더 못하게 살면서, 한 발을 교회에 이름을 등재해 놓았기에 구원받았다고 착각하는 그리스도인들과 교회를 향한 질책이라고 봅니다. 교회 내에서는 입으로 주님께 대한 신앙 고백문을 절절히 고백하면서도, 교회 밖에서는 믿지 않은 사람들보다 더 비인간적인 생각과 행동을 하는 그리스도인이야말로 받은 은총을 ‘싸꾸려’ 취급하는 부끄러운 사람들입니다. 그러나 숨은 일도 보시는 하느님 앞에서 부끄러움 없이 살아가는 그리스도인이야말로 ‘값비싼 은총’으로 구원받은 삶을 살아가는 그리스도인이라고 봅니다. 

교회는 그리스도를 믿고 따르는 사람들의 공동체입니다. 그 공동체가 진정한 공동체인가 여부는 바로 공동체 안에 하느님이 생생하게 현존하며 활동하고 계신다면 그곳이 하느님의 교회라고 봅니다. 하느님의 이름으로 모인 공동체의 사명은 그러기에 하느님의 일을 실천하는 것이며, 하느님 나라는 그런 사람들 가운데 이미 시작된 것입니다. “하느님 나라는 너희 가운데에 있다.”(루 17,21)라고 예수님은 직접 가르치셨습니다. 하느님의 일이 실행되고 실현되는 그곳이 바로 하느님 나라이며 교회입니다. 오늘 복음의 베드로가 ‘스승님은 살아 계신 하느님의 아드님’이라고 고백하는 것은 바로 베드로 사도가 스승과 함께 생활하면서 보고-듣고-만지고-경험한 바를 통해서 예수님께서 이 은혜로우신 하느님을 당신의 실천안에 살아 계시게 하였다는 것을 고백한 것입니다. 베드로 사도가 신앙고백을 삶을 통해서 증거하였듯이, 우리 또한 예수님을 하느님의 아들이라 고백한다면 재물과 권력을 자기 삶의 최대 보람으로 생각할 수 없습니다. 예수님에 대한 믿음으로 모인 교회라고 하면서 재물을 가진 사람이 우월감을 가지고 다른 사람 위에 군림하는 자세를 가질 수 없습니다. 예수님을 하느님의 아들로 고백하는 교회라면, 신앙인은 누구라도 교회 안팎의 가난한 사람, 버려진 사람, 불행에 우는 사람들에게 시선을 주고 그들을 돌볼 줄 알아야 합니다. 

예전엔, 세상은 높은 사람이 행세하고 낮은 사람은 순종하는 낡은 가치가 지배하는 게 세상의 질서였습니다. 교회 안에서도 교황-주교-성직자-평신도라는 교계 제도적 구조하에서 교회 공동체의 장상들이 권위를 행사하고, 하느님의 백성인 평신도와 공동체 내의 수하자는 순종하는 관계였습니다. 그런 질서와 관계를 복음이란 이름으로 포장한 교회였습니다. 따라서 교회 안에 권위를 행사하는 부류와 그 권위에 순종해야 하는 부류로 구별되어왔지만, 교황님의 표현처럼 교회 내의 권위를 가진 사람의 가장 큰 힘은 역설적으로 바로 권위를 지닌 사람들이 먼저 섬김과 종이 되는 길이라고 하셨습니다. 다른 모든 이를 위해 종이 될 때 진정한 권위를 가진다고 말입니다. 자기가 소속한 교회나 공동체의 일원이 되는 구성원은 의사 결정 과정에서 자유로이 대화와 소통을 통해 참여하고, 결정된 모든 것을 자발적으로 실행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정체성과 공동체의 비전과 사명을 실현하고 발전해 나가도록 매진해야 할 것입니다. 하느님께서 교회 안에 살아 계시게 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한 일이지만 예전처럼 무조건, 맹목적으로 권위를 지닌 사람에게 순종하는 그것이 예수님의 일이 아님을 우리는 배우고 있습니다. 결국 모든 교회 구성원은 각자에게 맡겨진 소임과 직무를 통해서 봉사하고 섬김을 실천하면서 하느님의 일을 하느님께 돌려 드리며, 하느님의 일이 모든 일에 있어서 우선적으로 실천되고 실현되는 교회가 되어야 하리라고 믿습니다. 이렇게 실천할 때, ‘살아 계신 하느님의 아드님 그리스도’께 대한 우리의 신앙고백이 진정성을 되찾는 길이요, 교회는 바로 그분의 신비체이며, 신비체인 교회를 통하여 그리스도는 영원토록 영광을 받으실 것입니다. 

“ 주님, 귀를 기울이시어 저희의 부르짖음에 응답해 주소서. 저희를 세상 앞에 당당하게 세워주시고 저희가 당신께 고백한 신앙을 실천할 수 있도록 늘 값비싼 은총을 베풀어 주셨음에 감사하면서 당신의 일을 당신과 함께 당신을 통하여 실천하게 하여 주십시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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