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 제가 살았던 양양 오상 영성원은 깊은 산은 아니지만, 산속에 자리 잡고 있으며 고개를 들어 바라보면 설악산이 잘 보입니다. 예전에는 마음이 답답하고 혼란스러우면 산에 자주 올랐지만 이젠 건강이 허락하지 않아서 굳이 가려고 하지 않습니다. 다만 등산을 하신 분들은 산에 오르다 보면 흐트러진 마음을 되잡을 수 있고 뒤엉킨 생각의 실마리가 정리되는 체험을 하셨으리라 봅니다. 복잡한 세상에 얽매여 살다가 한 번쯤 높은 산에 올라 내가 살아가고 있는 세상을 내려다본다는 것은, 새로운 시선과 마음을 가져다줍니다. 높은 산 위에서 세상을 내려다보면 밤낮 자기가 사는 세상이 전부인 줄 알고 살았지만 모든 게 작고 멀리 보이면서 새로운 시선을 갖게 됩니다. 오늘 복음에 보면, “예수님께서 베드로와 야고보 와 그의 동생 요한만 따로 데리고 높은 산에 오르셨다.”(17,1)고 기록되어 있습니다. 복음에서 ‘산’이란 인간을 향한 하느님의 뜻이 밝혀지는 곳이라고들 합니다. 오늘의 말씀은 ‘산 위의 삶’(17,2-8)과 ‘산 아래의 삶’(17,9)으로 나누어집니다. 산 위의 삶은 예수님의 변모된 모습과 하늘로부터 들려오는 소리를 듣는 삶이었고, 산 아래의 삶은 예수님의 약속을 실행하는 삶으로 구분됩니다. ‘산’이라는 장소를 중심으로 우리 신앙생활의 기본 방향을 제시하고 계십니다. |
오늘의 묵상
김준수 아오스딩 신부님의 묵상글입니다.
2023.03.04 17:29
사순 제2주일: 마태오 17, 1 –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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