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日是好日

2020.02.22 10:44

"바람처럼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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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2. 22

 

어제가 사제서품 33주년이었다. 동반자 한 분이 재작년에 만들어준 영상을 다른 교우가 몇일전 보내주지 않았다면, 아마 여느해처럼 잊고 지났을 것이다.

 

축일이나 종신서원일, 사제서품일, 게다가 나는 본명축일까지 몽땅 하나로 뭉뚱그려 2월 27일 합동으로 기념한다. 뭐 고난회 파티 하나마나란 말이 있지만, 학생들의 주보성인인 가브리엘 포센티 축일 전날 가급적 모두 모여 팝콘을 튀기고 파티를 한다. 가브리엘 성인이 고난회 신학생들의 주보성인인 까닭에 일정을 조정하여 거의 대부분의 수도자들이 성인의 축일인 2월 27일 전후로 종신서원을 한다. 1987년 2월은 나도 그렇고 수도회 형제들에게도 무척 바쁜 나날이었다. 교회법상 종신서원을 해야 부제품을 받을 수 있기에 2월 5일 서울 명상의 집에서 종신서원을 하고, 일주일 후 광주 명상의 집에서 윤 대주교님에게 부제품을 받고 다시 서울로 올라와 21일 강우일 주교님에게 사제품을 받았다. 그러고는 첫 미사....

 

본래 세례때 받은 본명은 교회가 인정하는 최초의 은수자 이집트의 바오로였는데 종신서원때 박 도세 신부님(허원당시 지부장)의 강권으로 가브리엘 성인도 수도명으로 받아 폴. 가브리엘이 되었다. 그후 계속 가브리엘로만 불리어 폴. 가브리엘은 잊고 지냈다. 한번은 로마에 있을때, 요한 바오로 2세 께서 여름동안 로마의 더위를 피해 가스텔 간돌포의 별장으로 가시기전 당신의 개인 경당에서 미사를 함께 드리자고 초대장을 보내왔었다. 새벽에 바티칸에 들어가기전 개인확인을 하는데 폴. 가브리엘이 내 본명임을 잊었던 관계로 잠깐의 해프닝이 있었다.

 

다른 형제들은 어떤지 잘 모르겠으나 나의 경우 수도자라는 신원에 비해 사제라는 의식은 별로 없던가 매우 약하다. “여우도 굴이 있고, 제비도 새끼 두는 둥지가 있사와도 내게는 당신의 제단이 있나이다.” 일상에서 일어나는 희노애락(喜怒哀樂)은 물론 좋고 나쁜 일, 죄까지도 모두 자신의 마음속 제단에 올리는 사제의 역할에 좀 더 주목해야겠다. 오병이어의 에피소드가 말해주듯이 아무리 보잘 것 없어 보여도 예수님처럼 무엇이든 먼저 주님께 바치는 것이 일머리를 배워가는 길이다. 그것이 잃었던 길을 찾는 것이고, 다시금 낡고도 새로운 길을 가는 것 일게다.

 

바람에게도 길은 있다.

나는 비로소 나의 길을

가느니

길은 언제나 어디에나

있다.

 

고 천상병 시인의 “바람처럼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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