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음 사색

부활절

by 후박나무 posted Apr 01,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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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여름 기온이 되니 차례로 피던 꽃들이 한꺼번에 피어버렸다, 싱겁게! 수도원 정원과 산책로 주변의 산수유, 목련, 진달래, 개나리가 하루 새에 피었다. 웬만한 나무는 묵은 잎을 다 떨궈 裸木으로 새 나뭇잎을 준비하는데 유독 단풍나무는 지난해의 빛바래고 말라버린 잎에 무슨 애착이 그리도 많은지 여직도 덕지덕지 달고 있다. 작년 가을의 영광을 못 잊는지…….

 

철든 사람치고 고통이 낯선 사람은 없을 것 같다. 온갖 인연으로 때로는 누구 의 탓이랄 것도 없이 다가오는 고통이 낯설지 않다 고해서 평온한 마음으로 수용하는 것도 아니다. 젊어서는 죽음이 문제였는데 더 살아보니 사는 게 문제더라!

 

고통을 다루는 구약성서의 문헌 중에 그 최고봉은 이사야의 ‘야훼의 종’ 일 것 같다. 특히 넷째종의 노래는 세상의 죄를 없애는 혹은 고통을 해소하는 궁극적인 길을 제시한다. 내가 최선을 다해 해야 할 일은 그 대속적인 메시아의 죽음에 숟가락 하나 올려놓는 일, 혹시 가능하다면 그 대속적 죽음에 동참하는 일.


  1. 계단

    오늘은 “예수의 영광스러운 상처”를 기억하는 고난회 고유 미사를 드리다. 복음은 어제의 토마 이야기.   천천히 우이령을 오르며 박노해의 ‘사람만이 희망이다’를 생각하다.   키 큰 나무숲을 지나니 내 키가 커졌다 깊은 강물을 건너니 내 영혼이 깊어졌다  ...
    Date2018.04.13 Category복음 사색 By후박나무 Views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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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행복공식

      황사 가득한 뿌연 하늘을 기대하고 길을 나섰는데 뜻밖에 쾌청한 날이라 우이령 정상까지 다녀오다, 천천히! 푸른 하늘과 맑은 햇살에 반짝이는 작은 이파리들이 꽃 못지않다. 산 아래의 진달래는 지기 시작했는데, 우이령 근처의 진달래는 지금이 한창이다....
    Date2018.04.12 Category복음 사색 By후박나무 Views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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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낙화

    간밤의 강풍으로 북한산이 한결 말끔해졌다. 걱정하던 황사는 비에 씻겼는지 시야도 맑다. 우이령으로 오르는 산길에는 이제껏 숲의 군더더기로 흉물스럽게 붙어있던 거무튀튀한 나뭇잎이며 죽은 나뭇가지들 또 시원찮은 생가지뿐 아니라 꽃도 강풍에 날려 어...
    Date2018.04.11 Category복음 사색 By후박나무 Views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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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초대 공동체

    헬레니즘과 헤브라이즘은 종종 서양문화를 이해하는데 매우 중요한 두 개의 축으로 소개되곤 한다. 그러나 이 구분은 절대적이지도 않을뿐더러 그리 일반적이지도 않은 것 같다. 인간중심인 헬레니즘이나 신중심의 헤브라이즘보다 더 피부에 와 닿게 동, 서양...
    Date2018.04.10 Category복음 사색 By후박나무 Views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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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PD 체험

    85년으로 기억되는데, 그 해 여름방학을 시작하면서 부제반 전원은 서강대학교 매스컴 센터에서 3주간 합숙을 하며 집중적인 매스 커뮤니케이션 교육을 받았다. 유일한 수도자였던 나는 교구 부제들에 의해 십자가에 못 박혀 억지 춘향으로 PD를 맡아 당시 사...
    Date2018.04.08 Category복음 사색 By후박나무 Views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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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春雪

    올 봄에는 단번에 여름이 온 듯이 갑자기 더워져 꽃들이 한꺼번에 피더니, 오늘은 눈까지 내렸다. 진보라, 연보랏빛 달래와 노란 산수유, 개나리, 목련과 벚꽃에 눈꽃까지.   엊그제부터 비가 내리는 궂은 날씨탓인지 길냥이들이 밥을 안자시더니 오늘 밥그릇...
    Date2018.04.07 Category복음 사색 By후박나무 Views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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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 무문관

    아산병원 이종식 교수의 처방대로 약을 바꾼 후 잔뜩 흐리고 비오는 날을 2~3일 지냈는데도 예전처럼 몸이 무겁거나 땅에 들러붙질 않는다. 좋은 날씨일 때보다는 못하지만 일상을 심히 어렵게 하지 않으니 약이 맞나보다. 간밤에도 내린 비로 우이령 오르는 ...
    Date2018.04.06 Category복음 사색 By후박나무 Views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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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 엠마오

    가까스로 움을 틔워 돌돌 말린 잎을 앙증맞게 내밀던 나무와 새싹들이 두 번이나 내린 봄비에 부쩍 부풀었다. 겨우내 투명하게 보이던 숲이 벌써 새로 돋은 나뭇잎과 새싹으로 불투명해졌다. 앞으로 더 하겠지.   골고다의 십자가에 매달린 세 사람의 대화가 ...
    Date2018.04.05 Category복음 사색 By후박나무 Views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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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 갈릴레아!

      1987년 미국 관구를 둘러보고 돌아와 쓴 글이니 30년 묵은 글이다.   화려한 십자가!   제가 처음 미국에 갔던 때가 80년대 입니다. 당시 우리 수도회는 지금처럼 독립된 관구(한국순교자들의 관구) 가 아니라 수도회 조직상 미국 시카고 관구(성. 십자가 관...
    Date2018.04.02 Category복음 사색 By후박나무 Views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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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 부활절

    갑자기 여름 기온이 되니 차례로 피던 꽃들이 한꺼번에 피어버렸다, 싱겁게! 수도원 정원과 산책로 주변의 산수유, 목련, 진달래, 개나리가 하루 새에 피었다. 웬만한 나무는 묵은 잎을 다 떨궈 裸木으로 새 나뭇잎을 준비하는데 유독 단풍나무는 지난해의 빛...
    Date2018.04.01 Category복음 사색 By후박나무 Views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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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 성.금요일

    성. 금요일 이다. 왠지 자신도 모르게 얼굴에 웃음기라도 띨까 주눅 들은 소심한 마음에 시 한편이 인간성을 회복시켜준다. 사람이 무엇이 아닌지 또 누가 아닌지를 위화감 없이 유머러스하게 드러내 보여준다. 오랜만에 자신의 모습을 희화화 하여 웃게 해주...
    Date2018.03.30 Category복음 사색 By후박나무 Views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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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 성.목요일

      성. 목요일이다. 1991년 로마에 체류할 때 부활절 휴가 2주를 이용하여 처음 성지에 갔다. 로마와 같이 “필요는 발명의 어머니” 이므로 신심 깊은 이들이 바라는 모든 것이 다 있었다. 물론 최후의 만찬 장소도…….성. 무덤 성당에서 거행된 부활절 미사에도 ...
    Date2018.03.29 Category복음 사색 By후박나무 Views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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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3. 야훼의 종

    독서용 안경을 새로 하다. 장시간 작업을 할 것에 대비하여 독일제 Zeiss로 맞추다. 기초만 놓고 기둥을 올리지 못할 수도 있겠다. 자기 자신만의 음악을 듣고 리듬을 타는 사람은 이사야 42장에서 53장에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야훼의 종’을 닮는다. 이사야서...
    Date2018.03.28 Category복음 사색 By후박나무 Views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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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4. '바보들의 행진'

    어디로 가는지, 왜 가는지도 모른 채 안팎에서 울려 퍼지는 리듬과 박자를 따라 가는 행진을 멈춰야만 들을 수 있는 목소리가 있고 볼 수 있는 사람이 있다. 존재하긴 하나 목소리도 작고 보이지도 않는 사람들은, 이 미친 행진을 잠시나마 멈춰 세우고 사회에...
    Date2018.03.25 Category복음 사색 By후박나무 Views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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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5. '너희는 멈추고 나를 알라!'

    “너희는 멈추고 나를 알라!” 우이령을 걷다가 잠시 멈추고 귀를 기울이면 계곡의 얼음 밑을 흐르는 물소리를 들을 수 있었지만, 유난히 춥고 가물었던 지난겨울엔 그것도 불가능했다. 입춘 그리고 경칩의 절기를 지나면서 세찬 물소리가 계곡의 잔설을 마저 녹...
    Date2018.03.24 Category복음 사색 By후박나무 Views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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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6. 내밀한 속 사정

    예레미야 예언자는 성서에 등장하는 인물 중 가장 예수를 닮았다는 평을 듣는다. 예민한 감수성 때문인지 예레미야서에는 유독 마음속 깊은 곳에서 우러나오는 절절한 애가나 탄원, 자신을 몰라주는 이웃에 대한 원망이 많다. 신약성서에선 게세마니에서의 고...
    Date2018.03.23 Category복음 사색 By후박나무 Views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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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7. 교부

    일방적으로 성서만을 인정하는(sola scriptura) 개신교와는 달리 가톨릭교회는 성서는 물론 교부들을 통해 이어지는 전통, 전승도 함께 받아들인다. 교회가 성서를 작성한 것이지 성서가 교회를 만든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특히 신약성서는 그리스도와 사도들...
    Date2018.03.22 Category복음 사색 By후박나무 Views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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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8. 철부지

    언 땅이 녹으면서 지난 밤 비가 온 듯이 매일 아침 산책길이 촉촉하다. 오늘은 아랫 지방에 폭설소식도 있다. 그래 그런지 서울 하늘도 잔뜩 찌푸려 몸의 불편지수도 높다.   전에는 다니엘 예언서와 마카베오서가 표방하는 신앙관의 차이에 주목하였는데, 크...
    Date2018.03.21 Category복음 사색 By후박나무 Views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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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 성. 요셉 축일

    성, 요셉축일이다. 요셉성인에 얽힌 기억은 빈한하여 해마다 판에 박은 듯 변함이 없다. 아마도 아래의 성서본문을 넘어서지 못하리라.   마리아의 남편 요셉은 의로운 사람이었고 또 마리아의 일을 세상에 드러내고 싶지 않았으므로, 남모르게 마리아와 파혼...
    Date2018.03.19 Category복음 사색 By후박나무 Views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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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 이네무리 (いねむり先生

    지난 화요일부터 어제 금요일까지 명상의 집 직원들과 수도자들은 제주도에 다녀왔다. 거동이 불편한 나는 집에 남았다가 목요일과 금요일 일박이일로 솔이를 보러 다녀오고. 수도원에서 강릉까지 차편과 운전까지 책임져 주시는 분이 있어 가능하였다. 솔이는...
    Date2018.03.17 Category복음 사색 By후박나무 Views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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