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산엔 인수봉과 백운대에 가려 아래서는 안 보이는 ‘숨은 벽’ 이 있다. 복음서에도 예수를 드러내놓고 따르는 '길 위에' 있던 제자 외에, 여러 가지 이유로 드러내지 않고 예수를 따르던 소위 ‘길 가에’ 있던 제자들도 많았다. 니코데모도 그중 하나다.
이 입지는 상황이 전개됨에 따라 뒤 바뀌기도 한다. 막상 빌라도에게 어려운 청을 하여 예수의 시신을 인수하고 장례를 치룬 사람은 숨어있던 제자 아리마태아 사람 요셉이었다. ‘길 위에’ 있던 제자들이 아니라.
‘익명의 그리스도인’ 이란 말이 있기 훨씬 전부터 나대지 않고 묵묵히 길 가에서 걷는 이들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