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묵상

김준수 아오스딩 신부님의 묵상글입니다.
2019.09.10 06:20

연중 제23주간 화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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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취업난이 심각하다고 합니다. 그런데 그 까닭은 자리가 없어서가 아니라 취업하려는 사람들이 원하는 자리, 소위 ‘고시(考試)’라고 불리는 직장이나 대기업에 마땅한 자리가 없다는 뜻이겠지요. 취업 경험자들이 증언한 취업 성공 요건이란 자신의 입장에서가 아니라 자신을 신입사원으로 채용하려는 사람의 입장에서 봐야 한다는 것입니다. 취업성공을 위한 요건은 첫째, 관련 직무에 대한 이해 능력이 있는가, 둘째 좋은 태도와 매너를 가지고 있는가, 셋째 기본적인 문제 해결 능력을 갖추고 있는가에 달려 있다고 합니다. 결국 취업 성공의 비결은 채용하려는 사람이 무엇을 원하는지 아는 사람, 실제로 이런 감각이 능한 사람들은 보통 실용지능이 높고, 회사에서도 신입사원으로 채용된다고 하겠습니다.

 

그러면 하늘나라의 복음을 선포하는 일을 맡을 사람, 곧 예수님으로부터 불림을 받고 선택된 사람들은 도대체 어떤 성격이나 자질, 능력을 겸비해야 할까요? 오늘 복음에 보면 예수님께서는 밤을 새우며 기도하신 이후에 제자들 가운데서 열둘을 뽑아 사도의 직무를 맡기셨습니다.(Lk6,12~18) 복음에 의하면, 예수님은 아빠 하느님과 깊은 사랑의 대화를 나누신 후, 아빠의 뜻을 세상에서 선포하고 증언할 사도들을 제자들 가운데서 뽑으셨다는 사실입니다. 예수님은 함께 동고동락해온 많은 제자들 가운데서 그들의 스펙이나 능력을 보고 선택하기보다 그들의 내적 태도 곧 하느님 나라를 향한 믿음과 열정을 꿰뚫어 보시고 선택하셨습니다. 그들이 주님의 사도로 뽑힌 것은 그들의 성품이나 능력이나 자질 때문이 아닙니다. 사도 바오로의 경험에 비추어 보면, <하느님께서는 지혜로운 자들을 부끄럽게 하시려고 이 세상의 어리석은 것을 선택하셨습니다. 그리고 하느님께서는 강한 것을 부끄럽게 하시려고 이 세상의 약한 것을 선택하셨습니다. 하느님께서는 있는 것을 무력하게 하시려고, 이 세상의 비천한 것과 천대받는 것 곧 없는 것을 선택 하셨습니다. 그리하여 어떠한 인간도 하느님 앞에서 자랑하지 못하게 하셨습니다.>(1코1,27~29)라는 고백이 마음에 와 닿습니다.

 

이를 식별하고 분별하기 위해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을 뽑기 전에 산에서 기도하시고, 산에서 그들을 사도로 뽑으신 점에 집중해야 할 것입니다. 산 혹 광야는 예로부터 하느님의 현존을  상징하는 곳이며, 그 곳에서 하느님은 당신의 일꾼들을 부르시고 그들에게 소명을 내리셨습니다.(탈3,1;4,27;18,5;24,13; 1열19,8; 에28,14) 이렇게 산은 하느님을 만나는 장소이고, 하느님의 계시가 드러나는 장소이기도 합니다.(Mr9,2; Mt17,1; Lk9,28) 그래서 예수께서는 산에서 기도하신 다음 제자들을 부르시어 그들 가운에서 열둘을 뽑아 사도로 내세우신 것입니다.(6,13~16)

 

이렇게 많은 제자들 가운에서 열둘을 선택한 후, 예수님께서는 열두 사도와 함께 <산에서 내려가 평지에 서시니 그들의 제자들이 많은 군중을 이루고, 여러 지방에서 온 백성이 큰 무리를 이루고 있었다.>(6,17)는 묘사에 이미 하느님 나라가 시작되었고 하느님 나라의 백성들이 모여 들였다는 점을 시사하고 있습니다. 루가 사가는 이렇게 산과 평지를 구분하고 있는데, 산은 소명의 장소였다면, 평지는 선포와 활동의 장소라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고 느껴집니다. 이미 예수님과 사도들은 산에서 기도하시고, 평지에서 치유의 활동이 시작하였음을 밝히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제자들 역시 <제자>에서 <사도>로 바뀜으로 그들에게 주어진 역할에도 변화가 시작된 것입니다. 그래서 루가는 산과 평지, 즉 소명과 활동을 함께 묶어둔 이유가 아닐지 잘 모르겠네요.

 

마치 모세가 십계판을 들고 내려 올 때까지 백성들이 산 밑에서 기다렸던 것처럼 여러 지방에서 몰려 온 사람들이 예수님을 기다리고 있었던 이유를 복음은 이렇게 묘사하고 있습니다. <그들은 예수님의 말씀도 듣고 질병도 고치려고 온 사람들이었다.>(6,18) 산상수훈을 듣기 위해 몰려든 군중들처럼 이들 역시 예수님의 가르치신 말씀에서 위로와 위안을 받고, 질곡 같은 삶의 힘듦과 병듦에서 낫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몰려 온 것입니다. 예수님은 그들에게 마지막 희망의 보루, 잃어버린 삶의 꿈을 일깨워주는 희망의 선포자이며 안내자였겠지요. 그러기에 그들의 일차적인 바램은 질병의 치유나 악령으로부터 해방보다 우선해서 먼저 예수님의 말씀을 듣고자 했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주님의 말씀은 바로 자신들이 <살아야 할 이유가 무엇이며, 그것을 어떻게 살아야 이룰 수 있는가>를 듣고자 하는 의지의 표시라고 봅니다. 한치 앞을 내다 볼 수 없을 만큼 막막하고 불안정한 세상에서 예수님의 존재자체와 활동은 그들에게 유일한 희망의 빛이며 끈이었으리라 봅니다.

 

그러기에 2014년 한국을 방문하셨던 프란치스코 교황님 또한 한국주교단과의 만남에서 <희망의 지킴이>로 살도록 권유하셨습니다. <사도들의 후계자인 여러분은 희망을 세상에 선포하라는 초대를 받았습니다.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드러난 하느님의 은총과 자비의 복음이 가져다주는 희망의 지킴이가 되어야 합니다. 희망의 지킴이가 된다는 것은 또한, 가난한 사람들에게 관심을 쏟으며, 특히 난민들과 이주자들, 사회의 변두리에서 사는 사람들과의 연대를 시행하여, 한국교회의 예언자적 증거가 끊임없이 명백하게 드러나도록 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가난한 사람들과 함께하는 연대는 그리스도인 생활의 필수 요소로 여겨야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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