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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태원 가브리엘 신부님의 묵상글입니다.
복음 사색

Pazzo!

by 후박나무 posted Aug 28,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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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 아우구스티누스 주교학자 기념일이다. 아우구스티누스하면  잊을 수 없는 기억이 둘이 있다. 첫 번째는 20대 초반에 그의 ‘고백록’을 읽었을 때의 전율이고, 두 번째는 유학시절 만난 은사 아우구스띠누스회의 수사신부 George P. Lawless 교수다.

 

폭풍우가 몰아치는 20대 전반에 고백록을 읽게 되었는데, 여느 책과는 달리 내가 준비가 되었을 때만 읽을 수 있었다. 도망가지 않고 고백록을 대면하면 페이지마다 토로되는 진실에 많은 용기를 얻게 된다. 사람이 영적상태가 좋지 않을 때는 본능적으로 빛으로 나아가기를 저어하며 자신도 모르게 어두움을 향한다. 자신을 숨기고자 하기 때문이다. 자기 자신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며 아버지께로 돌아가기로 마음먹은 사람들은 고백록의 글에서 용기를 얻게 될 것이다.  반대의 경우, 여러 핑계를 대며 대면을 피하게 된다.

 

죠지 신부님은 아우구스티누스회 수사신부셨는데 학생들은 그분을 별로 좋은 말이 아닌 Pazzo 라 불렀다. Pazzo 란 말의 뜻은 에둘러서 표현하는 게 좋을 듯하다. 피짜광을 Pizza Pazza 라 한다.

 

왜 그런 별명을 얻었는가하면 아이러니하게도 그분이 너무 아우구스티누스에게 심취했기 때문이다. 사실 이런 일은 우리 사회에서 종종 보게 된다. 고난회 수도자로 자기회의 창립자에게 매료됨은 지극히 마땅하고도 옳은 일이지만, 지나침은 미치지만 못한 결과를 가져온다고나 할까. 과유불급(過猶不及). 그러더라도 교수님으로서 시험이라도 좀 가볍게 출제해주시면 학생들 사이에서 쉽게 넘어갈 수 있었는데,  시험에 대비하여 교수가 필수적으로 읽어야 할 문헌 리스트를 주는데 이것이 최소한 800 페이지가 넘었다. 그것도 나 같은 외국인에겐 외국어 아닌가! 그래도 학점을 받느라 힘들게 공부했기에 남은 것이 많다. 아우구스티누스의 알레고리적 성서해석이나 시편주석은 현대 역사비평이나 문헌비평, 편집비평등의 과학적 방법론 속에서도 타당성을 갖는다.

 

Fuscaldo 수도원에서 피정을 하며 아일랜드에 가기 전 한국에 있는 신학생들의 교육을 위해 시편 132 “교회의 전형인 수도원” (마음에 이르는 길 pp. 189-206) 주석을 번역하려고 무거운 전동타자기를 가지고 갔던 기억도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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