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분간 사제가 혼자라 은근 바쁠 예정이다. 글라라에 다녀오다. 보통은 새벽에 그날 복음을 읽는데, 어제 저녁에 미리 읽은 복음은 딜레마였다. 사랑이란 무엇보다도 자발성이 요구되는 건데, 그것을 계명으로 강요하는 건 또 다른 갑질이 아닐까?
하느님이 얼마나 좋으신지 보고 맛들일 기회가 주어지지 않은 환경에서 하느님 사랑을 강요함은 분명 갑질일 거다. 또한 어려운 사람들과 연대함은 우리의 삶을 힘들게도 하지만 또 풍요롭게 하는지 체험할 기회가 박탈된 채 이웃사랑을 강요함도 …….
종교가 형해 화된 윤리 처지가 된 까닭은 이렇게 제도적 원천적으로 하느님 체험과 이웃사랑 체험을 봉쇄하는 환경에 대한 고민과 처방은 없이 결과만을 강요하기 때문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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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태원 가브리엘 C.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