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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태원 가브리엘 신부님의 묵상글입니다.
복음 사색

데카메론

by Paul posted Aug 15,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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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광복절이자 성모승천 대축일이다이번 연휴기간동안 만원이 된 우리 피정 집에는 공교롭게도 정원 7명중 5명이 개신교 신자다숲속의 집에 동반자 4기 9명이 오지 않았으면 불균형이 심할 뻔 했다.

  

개신교신자들이 있어서 조금은 군더더기인 이야기를 강론의 앞부분에 덧붙였다흑사병이 창궐하던 14세기 중반 돌림병을 피하여 피렌체를 탈출한 10명의 남녀가 한적한 곳에서 하루씩 돌아가며 이야기하는 형식의 데카메론에는 이런 웃지 못 할 이야기가 나온다자노 드 세비네 는 프랑스의 한 부유한 상인으로 자신의 친구였던 아브라함이라는 한 야박한 유태인에게 기독교로 개종해 볼 것을 권유한다개종권유를 거절하던 아브라함은 사업차 로마로 가게 되면서 가톨릭의 중심지를 내 눈으로 직접 보고 개종여부를 결정하겠다고 하며 떠난다세비네 는 그 소식을 듣곤 친구의 개종은 물 건너갔다고 생각한다로마의 부패상을 보고 개종할 사람은 없으니까…….하지만 놀랍게도 몇 달후 아브라함은 개종하여 영세를 받고 돌아온다개종한 이유는……. “그렇게 부패하고 타락했는데도 망하지 않는걸 보면 하느님이 함께 하는 게 분명하다고”^^ 개신교는 이런 교회 상황에 대한 거부로 시작되었다.

  

무릇 새로 시작하는 것은 무엇이든 기존의 것과 차별성을 강조한다개신교가 들곤 나온 차별화중 하나가성인공경 폐지다가톨릭에선 그간 성인공경이 지나쳐 미신이나 세미 신 마냥 되곤 했다집이 안 팔릴 때는 성요셉물건을 잃어버렸을 땐 성안토니오여행할 때는 크리스토플 등각 성인은 각기 전문분야나와바리가 있다^^ 성인중 가장 첫 번째 성인은 물론 성마리아다.

  

이런 사정으로 개신교 신자들은 자신이 독실한 개신교 신자임을 증명하는 증표로 성인무시 나아가서 마리아 무시를 강조하고가톨릭 신자들은 반대로 마리아 공경을 극대화하는 등 간극이 벌어졌다이제 그런 시대는 지났다가톨릭이 마리아를 가장 큰 성인으로 공경하는 것은 오늘 복음말씀처럼, “행복합니다하느님의 말씀이 이루어지리라고 믿으신 분” 이기 때문이다교황 비오 12세는 1950년 식민지 쟁탈전으로 기독교 국가들끼리 참혹한 전쟁을 벌이고아우슈비츠 등으로 인간성 자체에 절망하던 사회에 희망이 될 인간의 전형으로 성모님을 제시하셨다가브리엘 천사의 전언에 믿음으로 응답하고마지막까지 십자가 곁에 믿음으로 서 계셨던 분전혀 그럴 것 같지 않은 상황에서도 버리지 않은 믿음과 희망이 다른 세상을 만든다.

  

성당의 내 자리에 앉으면 맞은편 창문 밖으로 소나무가 보이는 것이꼭 추사 김정희의 세한도에 나오는 중늙은이가 허름한 집 밖의 소나무와 잣나무를 바라보는 형상 같다. “세한연후 지송백지후조(歲寒然後 知松栢之後凋)” “날씨가 추워진 뒤에야 소나무와 잣나무가 늦게 시듦을 안다”. 숨이 막히던 더위도 어느덧 물러가고 곧 추워 죽겠다는 소리가 나오겠지. “낙엽 떨어져 바람인줄 알았더니 세월이더라!” 는 하이쿠도 곧 실감나겠지.


박태원 가브리엘 C.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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