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광복절이자 성모승천 대축일이다. 이번 연휴기간동안 만원이 된 우리 피정 집에는 공교롭게도 정원 7명중 5명이 개신교 신자다. 숲속의 집에 동반자 4기 9명이 오지 않았으면 불균형이 심할 뻔 했다.
개신교신자들이 있어서 조금은 군더더기인 이야기를 강론의 앞부분에 덧붙였다. 흑사병이 창궐하던 14세기 중반 돌림병을 피하여 피렌체를 탈출한 10명의 남녀가 한적한 곳에서 하루씩 돌아가며 이야기하는 형식의 데카메론에는 이런 웃지 못 할 이야기가 나온다. 자노 드 세비네 는 프랑스의 한 부유한 상인으로 자신의 친구였던 아브라함이라는 한 야박한 유태인에게 기독교로 개종해 볼 것을 권유한다. 개종권유를 거절하던 아브라함은 사업차 로마로 가게 되면서 가톨릭의 중심지를 내 눈으로 직접 보고 개종여부를 결정하겠다고 하며 떠난다. 세비네 는 그 소식을 듣곤 친구의 개종은 물 건너갔다고 생각한다. 로마의 부패상을 보고 개종할 사람은 없으니까…….하지만 놀랍게도 몇 달후 아브라함은 개종하여 영세를 받고 돌아온다. 개종한 이유는……. “그렇게 부패하고 타락했는데도 망하지 않는걸 보면 하느님이 함께 하는 게 분명하다고”^^ 개신교는 이런 교회 상황에 대한 거부로 시작되었다.
무릇 새로 시작하는 것은 무엇이든 기존의 것과 차별성을 강조한다. 개신교가 들곤 나온 차별화중 하나가, 성인공경 폐지다. 가톨릭에선 그간 성인공경이 지나쳐 미신이나 세미 신 마냥 되곤 했다. 집이 안 팔릴 때는 성. 요셉, 물건을 잃어버렸을 땐 성. 안토니오, 여행할 때는 크리스토플 등, 각 성인은 각기 전문분야, 나와바리가 있다^^ 성인중 가장 첫 번째 성인은 물론 성. 마리아다.
이런 사정으로 개신교 신자들은 자신이 독실한 개신교 신자임을 증명하는 증표로 성인무시 나아가서 마리아 무시를 강조하고, 가톨릭 신자들은 반대로 마리아 공경을 극대화하는 등 간극이 벌어졌다. 이제 그런 시대는 지났다. 가톨릭이 마리아를 가장 큰 성인으로 공경하는 것은 오늘 복음말씀처럼, “행복합니다, 하느님의 말씀이 이루어지리라고 믿으신 분” 이기 때문이다. 교황 비오 12세는 1950년 식민지 쟁탈전으로 기독교 국가들끼리 참혹한 전쟁을 벌이고, 아우슈비츠 등으로 인간성 자체에 절망하던 사회에 희망이 될 인간의 전형으로 성모님을 제시하셨다. 가브리엘 천사의 전언에 믿음으로 응답하고, 마지막까지 십자가 곁에 믿음으로 서 계셨던 분! 전혀 그럴 것 같지 않은 상황에서도 버리지 않은 믿음과 희망이 다른 세상을 만든다.
성당의 내 자리에 앉으면 맞은편 창문 밖으로 소나무가 보이는 것이, 꼭 추사 김정희의 세한도에 나오는 중늙은이가 허름한 집 밖의 소나무와 잣나무를 바라보는 형상 같다. “세한연후 지송백지후조(歲寒然後 知松栢之後凋)” “날씨가 추워진 뒤에야 소나무와 잣나무가 늦게 시듦을 안다”. 숨이 막히던 더위도 어느덧 물러가고 곧 추워 죽겠다는 소리가 나오겠지. “낙엽 떨어져 바람인줄 알았더니 세월이더라!” 는 하이쿠도 곧 실감나겠지. |
박태원 가브리엘 C.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