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회의가 많던 관구장 시절 국적 비행기가 하도 비싸 외국 항공기만 탔었다. 그 덕에 국내에서 막 개봉했거나 상영치 않은 영화를 꽤 많이 보게 되었다. 그중 Atonement-속죄는 울림이 커 원작도 읽은 작품이다.
이언 매큐언 (Ian MacEwan) 의 소설 ‘속죄’는 루카복음 23:34 에 담긴 깊은 뜻을 길게 풀어놓은 것 같다. “아버지, 저들을 용서해 주십시오. 저들은 자기들이 무슨 일을 하는지 모릅니다.” 소설은 만년의 주인공이 회상하며 고백하는 형식으로, 어릴 때의 치기어린 모함으로 얼마나 씻을 수 없는 결과를 가져왔는지를 담담히 이야기한다.
별 생각 없이 저질렀던 작은 실수가 엄청난 죄가 된 뼈아픈 경험이 있는 사람은 인간이 무엇인지 알며 가브리엘 마르셀이 왜- "내게 절실한 것은 가난과 병고"-라 했는지 이해한다. 관심 있는 분은 John Gardner의 “Redemption”을 보시라.
참으로 사람은 가난과 병고를 통해서만 자신의 한계와 인간의 약함을 알게 되어 본연의 존재가 되며, ‘모두가 하나’ 라는 믿음도 갖게 된다. 배부르고 등 따스우면 남들 어려운 것은 보이지도 않지 않은가! 바리사이와 세리의 이야기도 같은 맥락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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