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베드로 사도좌 축일: 놀랍게도 어제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베드로에게 <사탄아, 내게서 물러가라.>

(Mr8,33)고 질책하셨는데, 오늘 예수님께서는 <너는 베드로이다. 내가 이 반석 위에 내 교회를 세울 것이다.>

(Mt16,18)고 선언하십니다. 이는 오늘 축일이 베드로 사도의 개인의 성덕을 기억하는 축일이 아니라

베드로 사도좌(座자리)의 의미가 무엇인지를 기억하는 날이기 때문입니다.

교회는 나약하고 흔들리는 인간성을 바탕으로 세워진 것이 아니라 하느님께 대한 굳건한 신앙과 사랑을

기초로 세워진 하느님의 교회입니다. 잘 아는 <갑돌이와 갑순이>란 노래에서처럼 사랑이 결실 맺지 못한

근본적인 이유는 바로 <믿음을 바탕으로 한 사랑의 고백>이 없었고 그 사랑을 실행할 의지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비록 보잘 것 없고 죄인인 베드로이지만 그는 <스승님은 살아 계신 하느님의 아드님 그리스도이십니다.>

(Mt16,16)고 주님께 대한 믿음을 고백하고 그 믿음을 지키기 위해 주님 따라 십자가에 거꾸로 매달려

순교함을 통해 주님께 대한 사랑을 증명해보였습니다.

그러기에 교회의 원로들은 그리스도께서 겪으신 고난의 증인인 베드로의 <여러분 가운데 있는

하느님의 양 떼를 잘 치십시오.>(1베5,2)라는 간곡한 권고를 귀담아 들고 마음에 새기며 살아가려고

한 것입니다. 양 떼를 돌보되, 억지가 아닌 자진해서, 부정한 이익이 아닌 열성으로, 지배가 아닌

섬김의 모범으로 살 때 그 자리에 맞는 존재의 역할을 다하게 되는 것입니다.

자리가 주는 권위는 자리 자체가 아니라 그 자리에 앉은 사람의 삶과 존재가 가져다주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