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묵상

김준수 아오스딩 신부님의 묵상글입니다.
2019.09.22 09:08

연중 제25주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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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의 개인적 소견이지만 처음 동유럽, 특히 폴란드를 처음 방문해서 성당에 들어갔을 땐 어느 곳이든지 기도하고 계시는 분들이 상당히 많았었는데, 이듬 해 체코 프라하를 방문했을 때는 성당에서 기도하는 분들을 찾아보기가 힘들더군요. 그 때 예수님의 <너희는 하느님과 재물을 함께 섬길 수 없다.>(LK16,13)는 말씀이 먼저 떠올랐습니다. 공산주의(이즘Ism:체계화된 이론이나 학설) 하에서도 신앙을 견지해 오던 그들이었지만, 돈의 신Mammon의 위력 앞에 무력해 진 듯싶어서 씁쓸했던 기억이 다시 떠오릅니다. 돈 앞에 장사는 없는 것일까요? 비단 폴랜드만의 문제가 아닌 세상 곳곳에서 지금 일어나고 있는 현상입니다. 이 긴장은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 직접 언급하실 만큼 아주 오래된 문제이며 현상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은 <약은 집사의 비유>(Lk16,1~13)에서, 재물이 인생의 목적이 아니라 단지 하느님께서 우리 각자에게 맡겨 둔 재물을 잘 활용하여 하느님께 충실할 수 있는 수단이며 도구가 되도록 환기시켜 주십니다. 그래서 예수님은 <작은 일 곧 세상적인 재물을 다룸에 있어서 성실한 사람은 큰 일 곧 하느님 나라의 일을 함에서도 성실하고, 아주 작은 일에 불의한 사람은 큰일에도 불의하다.>(16,10)고 단정짓고, <어떠한 종도 두 주인을 섬길 수 없다....너희는 하느님과 재물을 함께 섬길 수 없다.>(16,13)는 비유의 핵심을 가르치신 것입니다.

 

‘작은 일에 불의한 사람’은 독서 아모스 예언자를 통해 질책한 것처럼 <빈곤한 이를 짓밟고 이 땅의 가난한 이를 망하게 하며,...힘없는 자를 돈으로 사들이고 빈곤한 자를 신 한 컬레 값으로 사들이 자들>입니다. 이런 그들에게 하느님께서는 <나는 그들의 모든 행동을 결코 잊지 않으리라.>(아8,4.6.7)고 질책하십니다. 이는 곧 가난한 이들에 대한 핍박과 유린 행위는 바로 하느님을 모독하는 행위이기에 하느님께서는 단호히 응징하리라고 경고하신 것입니다.

 

이렇게 불의한 자들을 결코 잊지 않으리라고 경고하셨던 하느님께서는 오늘 복음의 <부정직한 집사>를 두둔하시고 오히려 인정하신 듯 말씀하고 계십니다. 사실 복음의 집사는 어제의 사람이 아니라 오늘 우리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상황 파악이 빠르고 대처 능력이 탁월한 현대인의 모습입니다. 그 집사는 주인의 재산을 낭비한 불성실한 사람이었고 그런 그에 관한 소문을 듣고 주인은 그런 이유에서 그에게 <자네는 더 이상 집사 노릇을 할 수 없네.>(16,2)라고 <해고 통지>를 한 것입니다. 그런데 그는 <땅을 파자니 힘에 부치고 빌어먹자니 창피한 노릇이다. 옳지, 내가 집사 자리에서 밀려나면 사람들이 나를 저희 집으로 맞아들이게 해야지.>(16,4)하면서 영리하게, 약삭빠르게 자신에게 닥친 해고 소식을 듣고 앞날을 대비하기 위해 주인의 재산을 부정직한 방법으로 활용합니다. 오늘 날의 관점에서 보면 그는 분명 범법자 곧 횡령과 배임죄, 사문서 위조에 해당하는 범죄를 저지른 사람인 것입니다. 이렇게 그는 주인의 재산을 자기 마음대로 처분한 부정직하고 불법적인 일을 저지른 사람이었습니다.

 

그런데 주인은 그 불의한 집사를 오히려 칭찬합니다. 그 까닭은 바로 그가 영리하게, 약삭빠르게 자신의 앞날을 대처하는 기지를 발휘하였기 때문입니다. 이는 그의 불법을 칭찬한 것이 아니라 자신의 앞날을 위해 빚진 사람들에게 탕감해 주었기 때문이며, 이 행위는 바로 <불의한 재물로 친구들을 만들어라. 그래서 재물이 없어질 때에 그들이 너희를 영원한 거처로 맞아들이게 하여라.>(16,9)에 말씀에 그 깊은 뜻이 담겨져 있습니다. 역설적으로 재물이 사람을 걸러 넘어지게 할 수도 있지만, 그 약삭빠른 집사처럼 그 재물로 없는 이들의 채무를 탕감해 주는 선한 일을 하였기 때문이며 동시에 자신의 앞날을 잘 대처하였기 때문인 것입니다. 주인이신 하느님은 언제나 우리의 빚을 기꺼이 탕감해 주시고, 그런 마음에서 이웃에게 너그럽고 관대한 마음으로 빚을 탕감해 주는 삶을 살기를 바라십니다. 그런 주님이시니 주님은 이 영리한 집사의 행위를 단죄하기보다 역설적으로 칭찬하신 것입니다.

 

이어서 하신 예수님의 말씀 곧 <아주 작은 일에 성실한 사람은 큰일에도 성실하고, 아주 작은 일에 불의한 사람은 큰일에도 불의하다.>(16,10)는 말씀은 또한 깊이 새겨들어야 할 말씀입니다. 이 말씀을 더 잘 이해하기 위해선 마태오 복음 탈렌트의 비유에서, 다섯 탈렌트와 두 탈렌트를 받은 종들이 자신들이 한 일의 결과를 되돌려드리자 그들에게 하신 주인의 다음 말씀을 잠시 마음으로 들어봅시다. <착하고 성실한 종아! 네가 작은 일에 성실하였으니 이제 내가 너에게 많은 일을 맡기겠다. 와서 내 주인과 함께 기쁨을 나누어라.>(Mt25,21,23) 오늘 복음에 보면, 재물은 <불의한 것>이고, 땅에서 얻은 재물은 <아주 작은 일>(16,10참조)로 <좀과 녹이 망가뜨리고 도둑들이 뚫고 들어와 훔쳐가겠지만(Mt6,20), 불의하지 않은 다른 재물이 있는데 그 재물은 하늘에 보물을 쌓아둔 것으로 <좀도 놀도 망가뜨리지 못하고, 도둑들이 뚫고 들어오지도 훔쳐가지도 못합니다.>(6,20) 사실 세상의 재물이란 세상 안에서만 유용한 것이며, 그런 점에서 하늘로 가져갈 수 없기에 마치 남의 것과 같습니다. 잠시 관리하도록 맡겨진 <세상의 것>, 곧 <남의 것>에 집착하지 않고 탐욕을 갖지 않고 성실하게 잘 활용(=자선과 베풂의 행위)할 때, 우리에게 주님은 <참된 것> 곧 <하늘의 것>을 맡기시겠다고 다짐하십니다. <남의 것>, <세상의 것>, <썩어 없어질 것인 재물>에 연연하거나 섬기지 말고 오히려 그 불의한 것을 자비를 실천하는 데 사용할 수 있는 참으로 영리한 사람이 되라고 가르치십니다. 그럴 때 우리에게 우리 삶에 맞갖은 하늘나라의 몫을 내주겠다고 다짐하십니다.(16,12참조) 그렇습니다. 모든 사람은 <하느님과 재물을 함께 섬길 수 없습니다.>(16,13)

 

돈이 가치이고 신이며 인격이기도 하는 이 황금만능의 시대에서 <재물에서 자유로운 영혼>을 찾기가 여간 어렵습니다. 교회가 참된 교회(=구성원)가 되는 길은 바로 재물을 사용하면서도 그 재물이 진정 누구의 것이며 어떻게 사용되어야 하는 지를 끊임없이 숙고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거대하고 화려한 성전을 짓는 게 하느님께 영광을 드리는 길이 아니라 재물을 섬기지 않고 하느님을 섬기는 길이란 재물의 본래 주인들에게 되돌려 주는 것이 아닐까 생각하면서 성 요한 크리소스토모(요한금구)를 잠시 소개할까 합니다. 이 분은 콘스탄티누스의 총대주교가 되신 이후 성직자ㆍ수도자 생활을 과감하게 개혁했고, 화려한 교회 건축 자재들을 팔고 성물을 녹여 가난한 이들에게 나누어 주었으며, 부자들의 탐욕과 권력자들의 불의를 꾸짖고, 황실의 사치와 허례허식을 비판하셨습니다. 그 분은 황금의 입이란 별명처럼 주옥같은 말씀을  남기셨습니다. <자신의 재산을 가난한 이들과 나누어 갖지 않는 것은 그들의 것을 훔치는 것이며 그들의 생명을 빼앗는 것입니다. 우리가 가진 재물은 우리의 것이 아니라 가난한 이들의 것입니다.>(라자로에 관한 강해2,6에서) 교회가 필요 이상의 것을 소유하는 것은 가난한 사람들의 것을 도둑질한 것이며, 여분의 것을 돌려주는 것은 자선 행위이기 이전에 정의의 행위라는 이 탁월한 통찰은 바로 오늘 복음의 ‘재물이 아닌 하느님을 섬기는 교회의 올바른 모습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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