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묵상

김준수 아오스딩 신부님의 묵상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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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의 개인적 소견입니다. 처음 동유럽, 특히 폴란드를 방문해서 여러 성당에 들어갔을 때, 어느 성당이든지 기도하고 계시는 분들이 상당히 많았습니다. 그런데 몇 년 후 체코 프라하를 경유해서 다시 폴란드를 방문했을 때는 성당에서 기도하는 분들을 찾아보기가 힘들더군요. 그때 예수님께서 오늘 복음에서 “너희는 하느님과 재물을 함께 섬길 수 없다.”(16,13)는 말씀이 먼저 떠올랐습니다. 공산주의 치하에서도 신앙을 굳건히 견지해 왔던 그들이었지만, 돈의 신, Mammon의 위력 앞에 무력해진 듯싶어서 씁쓸했던 기억이 떠오릅니다. 돈 앞에 장사는 없는 것일까요? 이런 일은 비단 폴랜드만의 문제가 아닌 세상 곳곳에서 지금 일어나고 있는 현상입니다. 이 긴장은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 직접 언급하실 만큼 아주 오래된 문제이며 현실 상황입니다. 

오늘 예수님은 ‘약은 집사의 비유’를 통해, 재물이 인생의 목적이 아니라 단지 하느님께서 우리 각자에게 맡겨 둔 재물을 잘 활용하여 하느님께 충실할 수 있는 수단이며 도구가 되도록 환기시켜 주십니다. 그래서 예수님은 작은 일인 현세적인 재물을 다룸에 있어서, “아주 작은 일에 성실한 사람은 큰일인 하느님 나라의 일에도 성실하고, 아주 작은 일에 불의한 사람은 큰일에도 불의하다.”(16,10)고 단정하시면서, “어떠한 종도 두 주인을 섬길 수 없다. 너희는 하느님과 재물을 함께 섬길 수 없다.”(16,13)고 비유의 핵심을 요약하십니다.  

‘작은 일에 불의한 사람’은 아모스 예언자가 “빈곤한 이를 짓밟고 이 땅의 가난한 이를 망하게 하며, (생략) 힘없는 자를 돈으로 사들이고 빈곤한 자를 신 한 컬레 값으로 사들이 자들”입니다. 이런 그들에게 하느님께서는 “나는 그들의 모든 행동을 결코 잊지 않으리라.”(8,4.6.7)고 경고하십니다. 이는 곧 가난한 이들에 대한 핍박과 유린 행위는 바로 하느님을 모독하고 유린蹂躪하는 행위이기에 하느님께서는 단호히 응징하리라고 경고하신 것입니다. 

이렇게 불의한 자들을 단연코 잊지 않으리라고 경고하셨던 하느님께서는 오늘 복음의 ‘부정직한 집사’를 두둔하시고 오히려 인정하신 듯 말씀하고 계십니다. 사실 복음의 집사는 어제의 사람이 아니라 오늘 우리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상황 파악이 빠르고 대처 능력이 탁월한 속물적 유형의 인물입니다. 그 집사는 주인의 재산을 낭비한 불성실한 사람이었고 그런 그에 관한 소문을 듣고 주인은 그런 이유에서 그에게 “자네는 더 이상 집사 노릇을 할 수 없네.”(16,2)라고 해고를 통지합니다. 그런데 그는 “땅을 파자니 힘에 부치고 빌어먹자니 창피한 노릇이다. 옳지, 내가 집사 자리에서 밀려나면 사람들이 나를 저희 집으로 맞아들이게 해야지.”(16,4)하면서 영리하게, 약삭빠르게 자신에게 닥친 해고 소식을 듣고 앞날을 대비하기 위해 주인의 재산을 부정직한 방법으로 활용합니다. 오늘날의 관점에서 보면 그는 분명 범법자 곧 횡령과 배임죄, 사문서위조에 해당하는 범죄를 저지른 사람입니다. 이렇게 그는 주인의 재산을 자기 마음대로 처분한 부정직하고 불법적인 일을 저지른 사람이었습니다. 

그런데 주인은 그 불의한 집사를 오히려 칭찬합니다. 그 까닭은 바로 그가 영리하게, 약삭빠르게 자신의 앞날을 대처하는 기지를 발휘하였기 때문입니다. 이는 그의 불법을 칭찬한 것이 아니라 자신의 앞날을 준비하기 위해 빚진 사람들에게 빚을 탕감해 주었기 때문입니다. 이 행위는 바로 “불의한 재물로 친구들을 만들어라. 그래서 재물이 없어질 때, 그들이 너희를 영원한 거처로 맞아들이게 하여라.”(16,9)는 말씀을 역설적으로 실행한 것과 같습니다. 역설적으로 재물이 사람을 걸려 넘어지게 할 수도 있지만, 그 약삭빠른 집사처럼 그 재물로 없는 이들의 채무를 탕감해 주는 선한 일을 하였기 때문이며 이를 통해 자신의 앞날을 잘 대처하였기 때문입니다. 주인이신 하느님은 언제나 우리의 빚을 기꺼이 탕감해 주시고, 그런 마음에서 이웃에게 너그럽고 관대한 마음으로 빚을 탕감해 주는 삶을 살기를 바라십니다. 그런 주님이시니 주님은 이 영리한 집사의 행위를 단죄하기보다 역설적으로 칭찬하신 것입니다. 

이어서 하신 예수님의 말씀 곧 “아주 작은 일에 성실한 사람은 큰일에도 성실하고, 아주 작은 일에 불의한 사람은 큰일에도 불의하다.”(16,10)는 말씀 또한 깊이 새겨들어야 할 말씀입니다. 이 말씀을 더 잘 이해하기 위해선 마태오 복음 탈렌트의 비유에서, 다섯 탈렌트와 두 탈렌트를 받은 종들이 자신들이 한 일의 결과를 되돌려드리자 그들에게 하신 주인의 다음 말씀을 잠시 마음으로 들어봅시다. “착하고 성실한 종아! 네가 작은 일에 성실하였으니 이제 내가 너에게 많은 일을 맡기겠다. 와서 내 주인과 함께 기쁨을 나누어라.”(25,21,23) 오늘 복음에 보면, 재물은 ‘불의한 것’이고, 땅에서 얻은 재물은 ‘아주 작은 일’일 뿐입니다. (16,10참조) 더 나아가서 “좀과 녹이 망가뜨리고 도둑들이 뚫고 들어와 훔쳐 가겠지만”(마태6,20), 불의하지 않은 다른 재물이 있는데 그 재물은 하늘에 보물을 쌓아 둔 것으로 “좀도 녹도 망가뜨리지 못하고, 도둑들이 뚫고 들어오지도 훔쳐 가지도 못한다.”(6,20) 사실 세상의 재물이란 세상 안에서만 유용한 것이며, 하늘에서는 무용지물이며 하늘로 가져갈 수 없습니다. 세상살이 동안 잠시 관리하도록 맡겨진 ‘세상의 것’, 곧 ‘남의 것’에 집착하지 않고 탐욕을 갖지 않고 성실하게 잘 활용(=자선과 베풂의 행위)할 때, 우리에게 주님은 ‘참된 것’ 곧 ‘하늘의 것’을 맡기시겠다고 다짐하십니다. ‘남의 것’, ‘세상의 것’, ‘썩어 없어질 재물’에 연연하거나 섬기지 말고 오히려 그 불의한 것을 자비를 실천하는 데 사용할 수 있는 참으로 영리한 사람, 성실한 사람이 되라고 가르치십니다. 그럴 때 우리에게 우리 삶에 상응한 하늘나라의 몫을 내주겠다고 다짐하십니다.(16,12참조) 그렇습니다. 모든 사람은 “하느님과 재물을 함께 섬길 수 없습니다.”(16,13)

돈이 인생의 최종가치이고 목적이 되어버린 이 황금만능의 시대에서 ‘재물에서 자유로운 영혼’을 찾기가 여간 어렵습니다. 교회의 구성원인 우리가 참된 그리스도인이 되는 길은 바로 재물을 사용하면서도 그 재물이 진정 누구의 것이며 어떻게 사용되어야 하는 지를 끊임없이 숙고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개인도 그렇지만 교회가 거대하고 화려한 성전을 짓는 게 하느님께 영광을 드리는 길이 아니라 재물을 섬기지 않고 하느님을 섬기는 길이란 재물의 본래 주인들에게 되돌려 주는 것이 아닐까 생각하면서 성 요한 크리소스토모스를 잠시 소개할까 합니다. 이 분은 콘스탄티누스의 총대주교가 되신 이후 성직자ㆍ수도자 생활을 과감하게 개혁했고, 화려한 교회 건축 자재들을 팔고 성물을 녹여 가난한 이들에게 나누어 주었으며, 부자들의 탐욕과 권력자들의 불의를 꾸짖고, 황실의 사치와 허례허식을 비판하셨습니다. 그분은 ‘황금의 입’이란 별명처럼 주옥같은 말씀을 남기셨습니다. “자신의 재산을 가난한 이들과 나누어 갖지 않는 것은 그들의 것을 훔치는 것이며 그들의 생명을 빼앗는 것입니다. 우리가 가진 재물은 우리의 것이 아니라 가난한 이들의 것입니다.”(라자로에 관한 강해2,6에서) 교회가 필요 이상의 것을 소유하는 것은 가난한 사람들의 것을 도둑질한 것이며, 여분의 것을 돌려주는 것은 자선 행위이기 이전에 정의의 행위라는 이 탁월한 통찰은 바로 오늘 복음의 ‘재물이 아닌 하느님을 섬기는 교회의 올바른 모습’일 것입니다.
 
“예수 그리스도는 부유하시면서도 우리를 위하여 가난하게 되시어, 우리도 그 가난으로 부유해지게 하셨네.”(복음환호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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