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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태원 가브리엘 신부님의 묵상글입니다.
복음 사색

"주여 저 사람들을 용서하소서!"

by 후박나무 posted Sep 12,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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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조(積阻)했다. 보통은 며칠 힘들다 회복하곤 했는데, 이번엔 한주일이 넘게 일상이 버거웠다. 추석도 마침 내일이고 해서 겸사 목욕을 다녀오다. 냉탕에 사람이 없어 나도 모르게 수영을 했다. 자유형으로 한 두 스트로우크면 끝에 닿는 작은 탕이었지만 거의 5년 만에 처음 수영을 했나보다. 발병후 수영장에는 발을 끊었으니…….가볍게 물살을 가르며 나아가는 내 몸이 신기하기도 했다. 자주 새벽 2시나 어떤 날엔 12시 반에 깨어 뜬눈으로 밤을 새니 충혈된 것이 마치 토끼눈 같다.

 

세상과의 인연을 아주 끊어버리면 모를까, 수도원에 있다 하여도 사회의 풍파는 고스란히 전해져온다. 예수가 나자렛의 회당에서 자신이 앞으로 해야 할 바를 이사야서를 인용하여 공표한 것을 보면, 소위 그 제자라는 사람들은 남들보다 더 사회의 동향에 민감할 것이다. 그 사회에서 전해져 오는 충격파란 것은 거의 예외 없이 멀쩡한 사람의 혈압을 올리고 억장이 무너지게 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따라서 나름 마음을 다스리는 노하우와 평화 속에 머무는 시간을 가짐 없이 노출되었다가는 본인도 사회상황도 더 악화되기 마련이다.

 

오늘 예수님은 여러 가지 요구를 하시는데 한 문장으로 줄이면 “너희 아버지께서 자비하신 것처럼 너희도 자비로운 사람이 되어라” 가 될 것 같다. 관건은 사람이 사람과 맺는 관계의 질이다. 여러 가지 계명과 훈계는 이 관계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한 수단이 된다.

 

거의 한 달 동안 우리는 Homo hominis Amicus est, 사람은 사람에게 친구라기보다는 Homo hominis Lupus est, 사람은 오히려 사람을 물어뜯는 늑대임을 보고 그 잔인함에 몸서리를 쳤다. 여기가 바로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 실낙원이다. 우리는 여기서 인간사이의 관계의 질을 높이라는 미션을 받았다. 온갖 악다구니를 퍼부으며 남에게 뒤집어씌우던 혐의들이 사실은 자기 자신들의 모습임이 백주(白晝) 하에 드러날 때, 어떻게 하는 것이 자비를 베푸는 것일까? 십자가상의 예수의 기도 “주여 저 사람들을 용서하소서. 그들은 자기가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모릅니다!” 정도로 인간을 이해함이 없이는 가능하지 않을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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