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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태원 가브리엘 신부님의 묵상글입니다.
복음 사색

생자필멸(生者必滅), 회자정리(會者定離)

by 후박나무 posted Sep 18,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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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카에만 고유한 나인의 과부 아들 이야기는 루카복음사가가 특별히 주목하고 강조하고자 한 예수의 면모를 그린다. 예수는 단순히 비극적인 일에 슬퍼할 뿐만 아니라, 시선을 돌려 비탄에 젖어 있을 여인에게 따듯한 관심을 보이는 자상한 사람이었다(비슷한 예로 7:36-50, 용서받은 죄 많은 여자; 10:38-40, 마르타와 마리아). 이 일화는 바로 전의 백인대장의 종 이야기와 문학적으로도 연계된다. 7:2 백인대장의 종이 병으로 거의 죽게 되었는데 그는 주인이 대단히 아끼는 종 이었다: 죽은 사람은 그의 어머니의 외아들이었다. 이 이야기는 또한 뒤에 나올 요한의 질문 7:20, 22 에 대한 답을 준비한다.

 

나인의 과부 이야기는 호기심을 자아내며 다채로운 색조는 물론 비장함까지 품은 뛰어난 이야기다. 서로 다른 방향에서 오던 두 군중이 길에서 만난다; 예수는 말없이 상여에 손을 대시어 장례행렬을 멈추게 한다; 예수는 담담히 경천동지(驚天動地)할 말을 하여 죽은 이를 삶으로 되돌린다.

 

나인이라는 마을은 루카복음의 이 장면을 빼고는 성서에 등장하지 않는다. 나자렛에서 남동쪽으로 걸어서 2~3 시간 걸이에 있다고 한다. 과부의 아들 상여를 따르던 많은 군중속에는 친척과 친지들만이 아니라 고용되어 곡을 하는 이들과 음악을 담당하는 이들도 있었다. 여기서는 예수를 따르는 군중과 상여-죽은 이를 따르는 군중의 만남이 있다. 예수는 이 만남을 통해 죽은 이를 따르던 군중에게 충격을 준다.

 

루카가 70인역 그리스 성서 열왕기 상권 17:23 의 “그를 그 어머니에게 돌려주었다” 와 동일한 말을 사용한 것은 예수를 엘리야와 엘리사의 환생으로 제시하려는 의도를 보여준다.

 

불교에도 비슷한 이야기가 있으나 결론은 사뭇 다르다.

 

외아들을 잃은 과부가 슬퍼하면서, 아들을 살려줄 것을 간절히 원하자 부처님은 아무도 죽지 않은 집에서 쌀을 얻어 죽을 끓여 먹이면 된다고 하였습니다. 과부는 아무리 돌아다녀도 아무도 죽지 않은 집을 찾을 수 없었습니다. 그리고는 생자필멸(生者必滅), 회자정리(會者定離)를 받아들이게 됩니다. 매우 합리적이지요…….여기에 비하면 나인의 과부이야기는 땀 냄새가 물씬 나는 인간의 이야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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