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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태원 가브리엘 신부님의 묵상글입니다.
복음 사색

CVID

by 후박나무 posted Jun 14,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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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서란 과거에 있었던 사건을 오늘과 내일을 위한 교훈으로 만든 역사” 라는 정의가 요즈음처럼 실감이 나기도 처음이다.

 

다윗과 솔로몬의 전성기를 거쳐 북왕국 이스라엘과 남유다 왕국으로 분열된 유다왕국은 그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북이스라엘은 아시리아에, 남유다 왕국은 바빌로니아에 멸망당하고 사회지배층들은 모조리 포로로 후자의 수도로 끌려가게 된다. 그 후 바빌로니아를 정복하고 새로운 지배자가 된 페르시아의 고레스는 바빌로니아와는 달리 중앙집권제를 폐지하고 지방자치를 실시하므로 서 각 민족들은 저마다 자기들의 고향에 돌아가 자신들의 신을 섬길 수 있게 된다. 제 2 이사야는 이 사건을 제 2의 Exodus 로 해석하고 고레스를 야훼 하느님의 종으로 하느님의 일을 한다고 본다.

 

지금 우리 생전에 과거에 있었던 이 사건과 비슷한 일이 일어나고 있다. 강대국들의 이해관계와 내부의 분열로 분단된 상태를 유지하던 한반도에 말하자면 하느님의 도구로서 트럼프나 김정은, 문재인이 나타난 것이다. 명쾌하게 현재의 상황을 꿰뚫어보며 나아갈 길을 제시하던 제 2 이사야와 같이 뛰어난 통찰력을 가진 신학자나 예언자가 아쉽다.

 

아침 미사중 동시성의 원리처럼 열왕기 상권의 엘리야가 아합에게 곧 비가 쏟아지리라고 하는 대목을 읽을 때 실제로 비가 오기 시작했다. 일이 되려면 동시성의 원리처럼 한반도의 비핵화와 평화를 바라는 세력과 트럼프로 표방되는 외세가 시의 적절하게 협력해야 된다(줄탁동시,啐啄同時).

 

최근 성공적으로 마친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에 대해 평화를 원하지 않는 세력의 폄훼가 난무한다. 그중 첫 째는 양 정상의 합의문에 CVID 가 포함되지 않았다는 비판이다. CVID는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라는 뜻으로, 'Complete, Verifiable, Irreversible Dismantlement'의 준말이다.

 

한 논객은 CVID를 종교적 도그마로 비유하여, 인간으로서 도저히 달성할 수 없는 목표를 설정하고 신자들에게 이를 강요하여 이를 지키지 못하는 신자들을 죄의식에 시달리게 하는 것과 같다고 한다. 그 결과 사람들은 더욱 성직자들에게 예속된다. 비핵화라는 것을 상식선에서 이해하지 않고 문자 그대로 적용한다면 이미 핵 지식을 갖게 된 엔지니어나 핵물리학자들은 어떻게 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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