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묵상

김준수 아오스딩 신부님의 묵상글입니다.
2019.07.25 08:20

성 야고보 사도 축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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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제베대오의 아들이며 요한의 형제인 성 야고보 사도 축일입니다.

오늘 복음을 읽으면서 새삼 제 친정어머니의 얼굴이 떠오릅니다. 제 어머니는 제가 다닌 학교에 거의 오시지 않았습니다. 그러니 치마 바람과는 거리가 아주 먼 분이셨습니다. 물론 자녀들이 많았기에 그러셨겠지만 아버지가 사친회장으로 오랫동안 활동하셨기에 굳이 나서지 않아도 되었을 것입니다. 다만 저의 고교 졸업식에 저희 수도회 3분의 외국신부님들이 참석하신 바람에 제 어머니도 졸업식엔 참으로 기쁜 마음으로 참석하셨죠. 하지만 제가 수도회에 입회하고 난 뒤 저의 수도원은 자주 찾아 오셨습니다. 허나 어머니는 신부님들께 저를 받아주시고 도와주신 것에 다만 감사하셨습니다. 물론 저는 잘 모릅니다. 제 어머니도 마음속으로 기도하시면서, 오늘 복음의 제베대오의 어머니처럼 예수님께 제가 하느님의 오른쪽과 왼쪽은 아니더라도 수도회에서 아주 높은 사람이 될 수 있도록 기도하셨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그러기에 저는 오늘 복음의 이야기가 이해됩니다. 단지 야고보의 어머니만이 가지고 있는 모습이 아니라 우리 모든 어머니들의 바램일 것입니다. 이런 어머니들의 마음을 평안하게 하는 길은 수도자나 사제로 불림 받아 살고 있는 곳에서 우리가 우리 자신의 역할과 직책에 충실히 행복하게 사는 데 있다고 봅니다. 부모님들의 바램 이전에 우리 자신이 주님께 인정받는 사람으로 살아가는 게 훨씬 중요하고 그런 삶이 다시없는 부모님들께 대한 효도라고 생각합니다. 

 

어쨌든 야고보 사도의 어머니로 인해 야고보 사도를 욕할 사람은 아무도 없으리라고 믿습니다. 왜냐하면 야고보 사도는 어머니의 간절한 마음을 익히 알았기에, 사도들 가운데서 가장 먼저 순교하신 분이 되셨습니다. 이는 바로 당신 자신이 주님께 <죽음의 잔을 마실 수 있습니다.>(Mt20,22)고  다짐한 바를 실제로 실행하셨던 것입니다.

 

오늘 사도 야고보의 생애와 순교의 삶을, 사도 바오로께서 언급하신 질그릇 같은 우리 영혼 속에 보물을 지니고 있다는 가르침을 통해 생각해 봅니다.(2코4,7) 그 보물이란 곧 하느님이시고, 하느님께서 우리 영혼 속에 내주하심으로써 쉽게 깨어질 것 같은 나약함과 섬세하지 않고 투박한 우리 인간성에서도 엄청난 힘이 나온다고 고백합니다. 인간은 질그릇과 같은 존재입니다. 그릇의 일반적인 용도는 그 무엇을 담는 것입니다. 담기 위해선 늘 비워 있어야 만이 그 용도에 맞게 쓰임 받게 되는 것입니다. 그러기에 사도 바오로는 2디모테오 2, 20에서 주인에게 요긴하게 쓰이고 또 온갖 좋은 일에 쓰이도록 갖추어진 그릇이 되라고 가르치십니다. 사실 우리 영혼의 그릇에 무엇을 담을 것인가는 그릇을 쓰실 주님의 손에 달려 있습니다. 늘 자기가 원하는 곳에 쓰일 것만을 생각한다면 주님은 우리 안에 아니 계실 것이고 그 땐 우리에게서 어떤 능력도 드러나지 못할 것입니다. 그릇의 용도를 통해서 우리는 언제 어디에서 어떻게 쓰이는 가는 나의 선택이나 결정이 아니라 나를 도구로 쓰실 하느님의 계획이자 섭리입니다. 다만 우리는 주님께서 쓰시고자 할 때 그 쓰임에 맞는 그릇으로 준비되어 있어야 한다는 사실입니다. 오늘 우리가 기억하는 사도 야고보는 주님께서 자신을 가장 적절한 곳에, 요긴하게 쓸 수 있는 그릇이 되어 있었기에 하늘나라 복음을 증거하는 도구로 쓰임 받은 것입니다. 순교자 야고보 사도처럼, 주님께서 사용하시기에 적합한 그릇이 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그런데 이처럼 쓸모 있는 그릇처럼 주님께 쓸모 있는 사람이 된다는 것은 시간이 해결해 주는 것이 아님을 또한 깨닫습니다. 시간의 길이나 무게가 아니라 지나간 시간만큼 주님께서 쓰실 그릇으로 선택할 수 있는, ‘종이 되고 섬기며 많은 이들을 위해 기꺼이 죽음의 잔을 마실 수 있도록’(Mt20,26~28참조) 깨어 준비되어 있어야 한다는 사실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오랜 시간이 흘렀음에도 아직도 <섬기시고 종이 되시어 많은 이들을 위해 몸값으로 자기 목숨을 바치신>(20,28참조) 주님을 닮지 못한 제 모습을 봅니다. 그러기에 주님 앞에 서면 한 없이 작아지고 초라한 제 모습이 부끄럽습니다. 아직도 온전히 주님의 종이 되지 못한 제 모습이, 온전히 주님처럼 섬기지 못하고 섬김을 받고자 하는 제 모습이, 온전히 주님처럼 다른 이를 위해 목숨을 바치려하기 보다 아직도 제 목숨을 챙기려 하는 제 모습을 보면 한 숨이 나옵니다. 사도 야고보는 다른 형제들에게 질타를 당하고 미움을 받은 사람이었지만, 그가 예수님께 <제가 그 잔을 마실 수 있습니다.>(20,22)고 다짐한 것처럼 순교로써 자신의 주님께 대한 믿음과 사랑을 증거한 존재가 되었던 것은 다 야고보 사도의 치열한 자신과의 싸움에 승리하셨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우리 또한 지나간 시간에 대한 후회보다 앞으로 주어질 시간에 감사하면서 우리 모두 옹기장이이신 주님의 손에 온전히 의탁하고 당신께서 쓰실 요긴한 그릇이 될 수 있도록 다짐합시다. <그들은 주님의 잔을 마시고 하느님의 벗이 되었네.>(영성체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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