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묵상

김준수 아오스딩 신부님의 묵상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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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 초등학교 다닐 땐 자주 친구들과 노는 것에 정신이 팔려, 먼저 해야 할 숙제나 과제물 준비를 미쳐 해 놓지 않아서 등교할 시간이 되어 허둥대고 울다가 학교를 갔던 기억이 납니다. 그런 기억이 떠오르면 참 씁쓸해 집니다. 물론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차츰 <먼저 해야 할 일>과 <나중에 해야 할 일>, 혹 <중요한 일>과 <덜 중요한 일>을 구별하게 된 게 아닐까 싶습니다. 흔한 표현으로 아무리 바느질이 급하다고 하더라도 바늘허리를 묶어서 옷을 꿰맬 수는 없습니다. 그러기에 성공한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공통점이 있다면, 바로 <중요한 일>, <먼저 해야 할 일>에 우선순위를 두고 그 일에 몰두하고 올인 한다는 것입니다. 이처럼 인생에서 꼭 배워야 할 일은 바로 일의 우선순위를 아는 것이고, 자신의 능력과 시간을 어떻게 선용할지 아는 것도 중요하지만 어느 일을 하던지 결코 자신이 늘 준비하고 있는 존재로 살고 있어야 한다고 봅니다. 일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자신이 언제 어디서든 어떤 상황에서든 <늘 깨어 준비된 존재>여야 한다는 사실 말입니다.

 

오늘 복음(Mt22,1~14)에 보면, 예수님께서는 하늘나라를 자기 아들의 혼인 잔치를 베푼 어떤 임금에 비길 수 있다고 가르치십니다. 저는 이 비유에서 초점은 혼인 잔치를 베푼 임금 보다 이 혼인 잔치에 초대받은 사람이 어떤 자세로 참석하느냐에 관건이 있다고 먼저 전제하고 들어가고 싶습니다. 예전 누이들의 혼인 잔치는 대개 집에서 음식을 장만하고 손님들을 초대해서 베풀었기에, 단지 음식의 풍요로움만이 아닌 일가친척들로 북적거리는 집 안 공기가 얼마나 기쁨과 평화로 가득 찼는지 모릅니다. 그러기에 혼인 잔치하면 이런 시끌벅적 꺼림과 풍성함, 즐거움으로 넘쳤던 기억이 아련합니다. 그 때가 그립습니다. 그런데 복음의 혼인 잔치의 이상한 점은 처음엔 제한된 사람만 초대했다가 차츰 모든 사람을 초대하게 됩니다. 왜 처음 초대받았던 사람들은 기쁨이 넘친 혼인 잔치에 만사 제쳐 놓고 함께 기뻐하고 함께 즐기기 위해서 달려오지 않았을까요? 

 

그런데 복음에선 처음 초대받았던 사람들은 별로 내키지 않아서 거절하자, 재차 종들을 보내어 황소와 살진 짐승을 잡고 이제 잔치 상을 다 준비했으니 오라고 했건만 그들은 그런 초대에 아랑곳하지 않았습니다. 그들의 반응을 복음은 이렇게 기록하고 있습니다. <어떤 자는 밭으로 가고 어떤 자는 장사하러 갔지만>(22,5), 그 이외에 나머지 사람들의 반응은 더 가관인데 보낸 심부름꾼을 <붙잡아 때리고 죽이기>(22,6)까지 하였으니 초대한 임금은 얼마나 자존심이 상하고 속상했으면 진노하여 <군대를 보내어 그 살인자들을 없애고 그들의 고을을 불살라 버렸다.>(22,7)고 전합니다. 물론 우리는 이 비유에서 초대를 아랑곳하지 않은 사람들은 다름 아닌 선택된 민족인 이스라엘임을 알고 있습니다. 그들은 하느님의 초대를 거부한 사람들이며, 세상에서 무엇이 중요한지를 알지 못한 사람들임을 보여줍니다.

 

그런데 잔칫상을 이미 마련한 임금은 그 잔치에 아무나 만나는 대로 잔치에 불러 오라고 종들을 보냈고, 종들은 선한 사람, 악한 사람 할 것 없이 만나는 대로 모든 사람을 데려오니 마침내 잔칫방은 손님들로 가득 찼지요. 물론 이를 본 임금은 흐뭇하고 한결 마음 편해져 잔칫방을 둘러보고 사람들을 만나는 데 그 방에서 오직 한 사람만이 혼인 예복을 갖추지 않은 것을 보고, 그 사람을 밖의 어둠으로 내던져 버리게 합니다.(22,13참조) 왜 그를 바깥으로 내던져 버렸을까요? 처음 초대받았던 사람들은 그 잔치가 썩 달갑지 않아서 자기의지로 오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종들을 보내어 이번엔 초대장도 없이 마구잡이로 아무나 길에서 만나는 대로 사람들을 잔치에 초대해놓고서 미쳐 혼인 예복을 입지 않았다고 바깥 어둠으로 내던져 버렸다고 하니 도대체 그 까닭이 무엇이었을까 의문이 생깁니다. 바쁘게 사느라 힘든 사람 데려 올 때는 언제고 이제 와서 혼인예복을 입었느니 입지 않았느니 자격을 따지고 있으니, 왜 이렇게 앞뒤가 맞지 않은 일, 황당한 일이 벌어졌을까요? 그러기에 서두에 제가 전제를 드렸지요. 초대한 사람보다 초대 받은 사람이 어떤 처지에서든지 <늘 깨어 준비하고 살아야 한다.>고 말입니다.

 

이런 일이 일어난 것은 먼저 하느님에게 <혼인 잔치와 초대>는 무척 중요한 일이었기 때문입니다. 하느님은 당신 생명과 사랑으로 세상과 인간을 창조하시고, 그 생명과 사랑으로 인간과 다시 결합되시기를 원하셨기에 세상에 당신 아드님을 사랑으로 파견하셨던 것입니다. 하느님께서는 인간들과 사랑과 친교를 나누기 위해 초대했건만 이스라엘 백성들은 그런 하느님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하고 하느님 나라에로 초대를 거부했던 것입니다. 이런 연유에서 구원의 혼인 잔치에 모든 사람이 초대받게 되었습니다. 이스라엘 백성과 달리 우리는 초대받은 혼인잔치를 얼마나 중요하게 여기고 있습니까? 그래서 오늘 혼인잔치에 초대받은 사람의 예복이 문제가 되었던 것입니다. 그렇다면 하늘나라 혼인잔치에는 어떤 예복을 입어야 하고 어떤 예복이 적합할까요? 사도 바오로는 <여러분은 지난날의 생활 방식에 젖어 사람을 속이는 욕망으로 멸망해 가는 옛 인간을 그 행실과 함께 벗어버리고, 하느님의 모습에 따라 창조된 새 인간을 입으십시오.>(에4,22/콜3,9참조)라고 권고하고 있습니다. 결국 하늘나라의 혼인잔치에 초대받은 사람은 그리스도를 입은 사람답게 그리스도의 얼과 정신을 가장 잘 드러내는 예복을 입어야 하리라 봅니다.

 

하늘나라는 사랑이신 하느님의 나라이기에 그 혼인 잔치에 맞는 예복은 무엇보다도 먼저 회개가 전제되어야 한다고 믿습니다. 예수님은 당신 복음 선포의 첫 마디는 <회개하여라. 하늘나라가 가까이 왔다.>(4,17)고 선포하시며, 이 하늘나라(=구원)는 누구에게나 곧 선한 사람 악한 사람에게나 열려 있지만, <아무에게나 곧 회개하지 않는 사람에게> 열려 있지 않다는 것을 밝히고 있다고 봅니다. 그러므로 혼인 잔치에 적합한 예복은 사랑이신 하느님 아드님의 혼인잔치이니 만큼 하느님의 아드님께 대한 믿음과 사랑이 우선해야 할 것이며, 그 다음으로 사랑의 혼인 잔치에 참석한 다른 사람들에 대한 배려가 아닐까 싶습니다. 분명 잔치에 초대받은 사람들의 지난날의 선행과 악행을 문제 삼지 않으시고, 곧 그 사람의 존재 자체 보다 <지금 여기> 혼인 잔치에 적합한 예복을 갖추고 있는지를 가지고 판단하셨다는 사실입니다. 흔히 우리는 하느님의 자비만을 강조하시고 구원에 있어서는 아무도 예외가 없이 모든 사람을 다 구원하시리라는 기대를 가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하느님은 자비하시니 모든 사람을 다 구원해야한다고 요구할 권리는 없다는 사실 또한 맞습니다. 오늘 복음의 마지막 말씀이 바로 이를 두고 하는 말씀이라고 느껴집니다.<사실 부르심을 받는 이들은 많지만 선택된 이들은 적다.>(22,14)

 

독일의 신학자인 한스 큉은 그의 책 <믿나이다.>에서 이렇게 주장 합니다. <하느님은 모든 사람을(=스스로 원하지 않는 사람도) 구원 하고자 하신다는 것! 그러나 하느님이 모든 인간(=스스로 원하지 않는 사람)을 구원 ‘해야만’ 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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