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묵상

김준수 아오스딩 신부님의 묵상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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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의 의미는 시간이 한 참 흐른 다음에 비로소 이해됩니다. 예전 누이 무덤에서 울면서 <죽음이란 무엇인가?>를 물었다면, 지금은 <누이의 죽음은 나에게 무엇을 말하고 있는가?>라고 변했습니다. 그 까닭은 바로 그 당시에 저는 주님을 알지 못했기에 누이의 죽음의 의미를 몰랐지마, 주님을 영접하고 주님을 따라 살아가는 지금은 <밀알 하나가 땅에 떨어져 죽으면 많은 열매를 맺는다.{Jn12,24)는 주님의 말씀의 핵심인 당신의 죽음과 부활을 믿으면서 누이의 죽임이 새로운 의미로 제게 닥아옵니다. 예수님의 죽음이 생명을 위한 죽음이었고, 부활을 향한 죽음이었기 때문입니다.

 

<아버지, 때가 왔습니다. 아들이 아버지를 영광스럽게 하도록 아버지의 아들을 영광스럽게 해 주십시오.>(17,1) 이 기도에 의하면, 십자가로 말미암아 성부의 영광이 드러나는 동시에 성부께서는 성자의 영광도 드러내고자 하신다는 것을 예수님께서는 확신하고 있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동일한 뜻이 표명되어 집니다.

<사람의 아들이 영광스럽게 될 때가 왔다. 내가 진실로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밀알 하나가 땅에 떨어져 죽지 않으면 한 알 그대로 남고, 죽으면 많은 열매를 맺는다.>(12,23~24)

예수 그리스도의 눈에는 십자가상의 죽음이 영광과 직결되어 있습니다.

영적인 눈으로 보면, 大死一番(대사일번)이면 絶後蘇生(절후소생)이란 표현처럼 큰 죽음(大死)과 큰 삶(大活)의 경우와 똑같이, 죽음과 부활은 즉(卽, 바로 그것)으로 직결되어 있기에, 십자가 즉 부활, 부활 즉 십자가, 십자가는 바로 부활이요, 부활은 바로 십자가라고 믿습니다.

 

<싹터 나오는 모든 생명을 한번 눈여겨보면, 죽음으로 다가가고 있는 우리 마음을 노상 에워싸는 근심 걱정도 잊게 될 것이다. ....

참으로 생명은 죽음에서 나오며, 부활은 하나의 전면적 파괴인 죽음을 극복하고 새로운 생명의 찬란한 빛을 발산한다.>(카를로 카레토의 도시의 광야에서)

 

부활(=부활체험)이 어려운 것이 아니라 평신도, 수도자 그리고 사제로 살아오면서 어렵고 힘든 것은 바로 예수님께서 보여 주신 <비움의 삶, 낮아짐의 삶, 자기 죽음>을 살지 못하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수도자의 삶을 저는 <자신과의 싸움>이라고 자주 표현하는데, 그 까닭이란 부활을 살기 위해 전제되는 것이 바로 자신을 죽이는 삶(=하느님과 하느님의 뜻을 살기 위해)을 살아야 합니다. 오늘 복음에서도 어제 복음과 동일하게 예수님은 <자기 목숨을 사랑하는 사람은 목숨을 잃을 것이고, 이 세상에서 자기 목숨을 미워하는 사람은 영원한 생명을 이르도록 목숨을 간직할 것이다.>(12,25)고 말씀하신 의도가 바로 자기 집착에서 이탈의 비움의 삶을 살았고, 우리 또한 그렇게 살도록 초대하고 있습니다. 이런 점에서 예수님처럼 아빠 하느님의 영광을 위해, 타자를 위해 죽지 못하는 우리의 삶과 신앙이, 삶 안에서 부활을 위한 죽음을 살지 못하는 이유라고 느낍니다. 썩어 없어진 밀알은 결코 그 모습대로 다시 살아날 수 없고 존재할 수 없지만 그 밀알은 새 생명을 알리는 표징이 됩니다. 그러기에 예수님은 우리 또한 밀알처럼 많은 열매를 맺는 삶을 살기를 바라십니다. 오늘 독서에서 사도 바오로는 <저 마다 마음에 작정한 대로, 하느님께서는 기쁘게 주는 이를 사랑하시며, 모든 은총을 넘치게 주실 수 있습니다.>(2코9,7.8참조)고 말씀하십니다. 이처럼 주님과 그분의 나라를 위해 기꺼이 자기 비움과 죽음을 살 때 새 생명의 기쁨 또한 더 충만해지는 것입니다.

 

아울러 주님께서는 <누구든지 나를 섬기려면 나를 따라야 한다. 내가 있는 곳에 나를 섬기는 사람도 함께 있을 것이다. 누구든지 나를 섬기면 아버지께서 그를 존중해 주실 것이다.>(12,26)고 말씀하십니다. 어쩌면 이 말씀은 당신처럼 또 하나의 죽은 밀알의 삶을 산 사람은 아버지께서 당신을 영광스럽게 해 주신 것처럼 그를 아버지 하느님의 영광의 자리에 함께해 줄 것이며 영광스럽게 해 주신다는 약속의 말씀인 것입니다.

사실 이 말씀의 실현을 우리는 오늘 기억하고 기념하는 라우렌시오 부제를 통해서도 확인하고 있습니다. 예수님을 따랐던 수많은 순교자들은 새 세상, 새 역사를 열어주는 표징이 되었으며, 이는 결국 밀알의 죽음에서 시작한 것입니다. 그 밀알이 지금은 누구일까요?

 

이처럼 부활은 '죽음'을 전제로 합니다. 죽지 않고서는 자기 몸에, 자기 인생에 부활 사건이 일어나게 할 수 없습니다. 부활의 삶을 자기 삶 안에서 체험하기 위해서는 먼저 죽음의 삶을 살아야 합니다. 죽음은 단지 생의 끝에 오는 사건만이 아니라 자기 인생에서 끊임없이 반복되는 일이며, 매번 죽지 않고서는 부활할 수 없습니다. 부활은 죽지 않고서는 이루어 질 수 없습니다. 부활은 죽는 순간부터 시작됩니다. 이렇게 부활의 삶을 살기 위해 인간은 매번 죽어야 합니다. 죽지 않으려는 욕심, 거짓된 삶을 위해 죽음을 거부하는 욕심은 매 순간 죽는 것을 거부합니다만 그런 사람은 부활을 체험할 수 없습니다. 부활의 삶을 살기 위해 매번 죽지 못한 사람은 참사람의 참 삶을 제대로 살지 못합니다. 이런 점에서 죽음이 어떤 사람에게 다가오는 것이라기보다 어떤 사람이 능동적으로 죽음에 다가가는 것이지 않을까 생각하며, 이런 사람에게는 죽음의 행위가 곧 진리를 깨달은 존재의 자유의 행위이며 부활을 향한 투신이라고 오늘 성 라우렌시오 순교자를 통해서 생각해 봅니다.

 

오늘 축일을 맞는 모든 분들에게 진심으로 축하와 함께 기도합니다. 오늘 기념하는 라우렌시오 순교성인은 <로마 교회의 부제직을 수행하고 거기에서 거룩한 피의 봉사자로 일하다가 마침내 그리스도의 이름을 위해 피를 흘렸습니다.>(성 아우그스티노)

라우렌시오는 모진 박해를 예상하면서도 교회의 모든 재산을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눠주었으며 박해자들 앞에서 <이들이 교회의 재산입니다.>고 고백하자, 그를 불살라 처형하였는데, 그 고통 가운데에서도 <모든 것이 잘 구워졌으니, 뒤집어서 잡수시오!>라고 말하며 죽어갔다고 전해집니다. 과연 순교자의 피는 믿음의 씨앗임을 성 라우렌시오는 본을 보여준 믿음의 사람이었습니다.

 

*오늘 <성 라우렌시오>,<로렌죠> 축일을 맞는 모든 분들에게 진심으로 축하드리며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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