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스즈키 순류 선사의 “선심초심”을 예로 들어 회심이란 첫 마음을 회복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었다. 며칠 전 타계하신 신영복 선생도 영어의 몸으로 감방생활을 할 때에 회심했던 일을 마지막 저서 ‘담론’에서 소개한 바 있다.
산에서 나와야 산이 보이듯이, 선생도 이일을 겪고 회심하기 전에는 자신이 동료 수인들에게서 ‘먹물로’ 왕따를 당하는 줄도 몰랐었다고 한다. 스스로는 겸손하게 동료를 대한다고 여겼으니……. 일인즉 생전 면회 한번 오는 사람이 없던 같은 방 동료에게 면회객이 찾아오고 궁금해 하는 동료들에게 침울한 침묵으로 일관하던 분이 마침내 자초지종을 털어 놓았다고 한다.
어머니는 어릴 때 자신을 친정집에 맡기고 돈 벌러 서울로 가시고는 그걸로 끝이었다고……. 그런데 며칠 전 면회를 온 사람은 바로 그의 어머니가 재취로 들어간 집 전처 자식이었다고…….그가 면회 와서 한 말인즉슨. “그때 그분이 우리의 새어머니가 되지 않았다면 지금 교도소에 있는 사람은 나일 테고 당신은 밖에 있었을 거라고…….” 그런 사실을 생각하니 한번쯤 면회를 와야 할 것 같아 왔노라 하더란다.
신영복 선생은 이 말을 듣고 크게 깨달은 바가 있었다고 한다. 나름 글깨나 읽은 사상범으로 다른 수인들을 무지한 잡범으로 내심 무시하던 그가 회심한 계기란다. 이른바 자신이 잘나서가 아니라 지금 자신을 이루고 있는 것의 상당수가 금수저를 물고 태어났기 때문임을 깨닫게 된 것이다.
오늘 복음에 “돈주머니도 여행 보따리도 신발도 지니지 말고, 길에서 아무에게도 인사하지 마라.” 는 말씀이 있다. 이른바 금수저나 흙수저를 물고 태어나 이미 형성된 인위적인 것들을 버리고 빈 마음, 첫 마음, 인간 본연의 태도로 이웃에게 다가가란 말씀으로 들린다. 그렇게 인위적으로 쌓인 담을 낮출 수 있을 때 하느님의 나라가 가까울 것이다.
로마서 12:16 서로 한마음이 되십시오. 오만한 생각을 버리고 천한 사람들과 사귀십시오. 그리고 잘난 체하지 마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