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틴어 사도신경의 첫 구절은 Credo in uno Deo 가 아니라 Credo in unum Deum 이다. 전치사 in 뒤에 정지를 나타내는 5격이 아니라 이동을 뜻하는 4격을 썼으니, 나는 고정된 하느님을 믿는 것이 아니라 움직이는 하느님을 믿는다는 선언이다.
이러한 야훼 하느님의 특성은 히브리인들이 반유목민으로 야훼 하느님의 현존을 상징하는 계약궤와 함께 이리저리 떠돌아다닐 때 더 강했다. 그들이 가나안땅을 차지하고 농경생활을 하며 정주하게 되면서 야훼신앙도 토착 풍산신인 바알신과 영향을 주고받으며 토착화의 과정을 겪게 된다. 자유롭게 다니던 야훼 하느님이 성전에 정주하게 된 셈이다. 오늘 독서는 다윗부터 시작된 이 과정을 이야기한다.
예수시대에 이르러선 농경생활이 정착되어, 자연스럽게 비유에도 등장한다. 씨는 하느님의 말씀이고, 씨 뿌리는 사람도 하느님의 말씀이다. 씨는 열배, 백배의 열매를 맺어 곡물이 되고 빵이 된다. 마치 빵 5개와 물고기 2마리로 오천 명이 충분히 먹었듯이 불어난다. 오병이어를 앞에 두고 감사의 기도를 드린 후, 어떻게 될지 계산치 않고 나누어 주듯이, 씨를 뿌릴 때도 어떤 환경의 땅에 떨어질지 걱정하지 말고 뿌리기만 하라는 말씀인 것 같다. 씨를 뿌린다 함은 예수가 ‘이는 내 몸이다’ 했던 것처럼, 자신을 내어주는 몸짓이다. 구태여 봉사나 희생을 들먹이지 않고서도 우리는 자신의 존재로서 고유한 씨를 뿌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