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이 사라져 버리는 것만 같은 쓸쓸한 위령성월이다. 미사후 산책대신 솔이랑 박신부님과 비오수사님에게 다녀오다. 모든 성인의 날이기도 한 오늘, 나름 부르심을 따라 한평생을 사시다 떠난 분들을 돌이켜 보다.
나 또한 17세 때 마음에 꽂혀버린 ‘마음이 깨끗한 사람은 행복하다. 그들은 하느님을 뵈올 것이다’ 란 말씀을 따라 여기까지 오다.
매료되었던 그 말씀은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르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 식의 세심증적 강박이 되기도 했었다. 그러다 마음이 깨끗하다함은 새하얀 옷을 입어 주변사람을 불편하게 하는 게 아니라, 적당히 더러워 이웃을 편하게 해줄 수 있는 마음으로 변하기도 했다. 앞으로의 여정은 어떨지…….
Deus Humanissimus, 아마 가장 인간다운 하느님을 닮아, 십자가에서 하느님을 보듯 도처에 있는 하느님을 볼 수 있다면 성공이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