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묵상

김준수 아오스딩 신부님의 묵상글입니다.
2019.10.05 09:03

연중 제26주간 토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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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복음을 묵상하면서 이젠 부모님 다 돌아가셨기에 나의 기쁨을 온전히 나눌 사람이 없음을 새삼 절실하게 느낍니다. 주님 안에서 사제로 살아가면서 제가 느꼈던 모든 슬픔과 기쁨을 온전히 공감해 주고 위로해 주었던 사람은 <내 엄마뿐>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엄마가 아직 살아 계신다면, 나보다 더 나를 잘 아시는 내 엄마가 저의 변화를 보고 참으로 기뻐하셨을 것입니다. 지금처럼 스마튼 폰이 있었으면 매일 화상통화를 통해 서로의 얼굴을 보면서 통화했을 텐데, 사실 엄마 돌아가셨던 26년 전에는 자주 전화할 수도 없었죠. 전화로나마 제 목소리를 듣길 좋아하셨던 엄마에게 비록 짧았지만 전화를 통해 이야기를 나누었던 그 때가 참 좋았고 행복했습니다. 이젠 제 기쁨을 누구와 함께 나눌 수 있을까요?

 

<일흔두 제자가 기뻐하며 돌아와 말하였다.>(Lk10,17)라는 언급에서 제자들이 스승이신 예수님께 그렇게 황급히 되돌아와서 기쁨에 넘쳐 말하는 부분이 마음에 와 닿습니다. 사실 제자들을 파견하신 예수님이나 예수님의 명으로 파견된 제자들 역시 이런 결과를 예상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왜냐하면 제자들이 파견되었을 때 아무 것도 지참하지 않은 빈손이었으며, 또한 이런 일을 독자적으로 해 본 적도 없었으며, 각자의 개인적인 능력이나 자질을 생각할 때 그들은 사실 회의적이었습니다. 그런데 <주님의 이름으로> 말씀을 선포하고 활동한 결과 자신들이 예상하지 않은 일들, 곧 <주님의 이름 때문에 마귀들까지 복종함>(10,17참조)을 체험하면서 그들 스스로가 먼저 더 놀랬고 그런 결과에 대해 주체할 수 없을 만큼 들떠서 예수님께 한 걸음씩 달려왔던 것입니다. 모든 제자들의 놀라운 결과를 반복해서 들으면서 예수님과 제자들이 함께 한 자리는 그야말로 기쁨과 환희로 충만한 자리였을 것이며 그 시간은 모두가 기쁨으로 하나가 되었을 것입니다. 그러자 스승이신 예수님께서 너무 감격에 벅찬 나머지 <나는 사탄이 번개처럼 하늘에서 떨어지는 것을 보았다...이젠 아무것도 너희를 해치지 못할 것이다.>(10,18.19)라고 말씀하시자 제자들은 아마도 널뛰듯이 기뻐 환호하였으리라 봅니다. 물론 이는 훗날 사도 바오로가 <죽음도, 삶도 그 밖의 어떤 것도 하느님의 사랑에서 우리를 떼어 놓을 수 없습니다.>(로8,38,39)라는 고백으로 입증되었습니다. 

 

예수님은 단지 제자들의 결과를 칭찬해주시면서도, 세상에서 제자들이 이룬 일의 성과 보다도 더 중요한 점은 바로 <영들이 너희에게 복종하는 것을 기뻐하지 말고, 너희의 이름이 하늘에 기록된 것을 기뻐하여라.>(10,20)고 하신 말씀입니다. 이 말씀에서 우리의 참 기쁨은 누구에게서 나오며 어떤 것인가를 환기시켜 주십니다. 그렇습니다. 세상에서 예수님의 이름으로 말씀을 선포하고 병자를 치유하는 일도 중요하지만 이런 모든 일의 결과가 세상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바로 하늘 곧 아빠의 마음 속 깊이 우리의 이름이 새겨지는 것이라는 사실입니다. 결국 우리가 예수님의 이름으로 하는 모든 일은 아빠 하느님께서 참으로 좋아하시고 바라시는 일이며, 이 일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우리의 능력이라기보다 예수님 이름 때문이며, 아버지 하느님의 보살핌과 도와주심임을 잊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제자들은 물론 우리 역시도 타인으로부터의 칭찬과 찬사에 우쭐대며 기뻐할 일이긴 하지만 이 보다도 하느님의 도구이며 연장으로 쓰임 받았음에 감사하고 아빠 하느님을 기쁘게 할 수 있었음에 감사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타인으로부터 받은 모든 칭찬과 찬사는 오로지 주님의 이름으로 돌려 드리고 <자랑하려는 사람은 주님 안에서 자랑하도록>(1코1,31) 해야 합니다.

 

<지혜롭다는 자들과 슬기롭다는 자들에게는 이것을 감추시고 철부지들에게는 드러내 보이시니, 아버지께 감사드립니다.>(10,21) 제자들로 인해 이렇게 아버지께 기도하신 예수님도 지난(至難)했던 지난 순간을 떠오르면서 벅찬 기쁨과 보람을 느끼셨으리라 생각됩니다. 철부지와 같은 제자들을 통해서 <하느님의 나라>가 이미 시작되었으니, 이로써 예수님께서 그토록 기뻐하신 이유를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예수님의 파견 사명이란 곧 아빠 하느님의 뜻을 실현하는 것이며 이는 구체적으로 하느님 나라였던 것입니다. 그런데 이제 철부지이며 못난 제자들을 통해서 실현되기 시작한 것을 목격하신 예수님은 아버지께 <아버지, 아버지의 선하신 뜻이 이렇게 이루어졌습니다.>(10,21)고 기쁨에 넘쳐 아버지께 말씀드리고 있습니다. 예수님의 마음은 아빠 하느님 앞에서 제자들로 말미암아 기쁨으로 충만하고 감사로 넘쳐 났기에 <예수님께서 돌아서서 제자들에게 따로 이르셨다.‘너희가 보는 것을 보는 눈은 행복하다. 내가 너희에게 말한다. 많은 예언자도 임금이 너희가 보는 것을 보려고 하였지만 보지 못하였고, 너희가 들은 것을 들으려고 하였지만 듣지 못하였다.>(10,23.24)

 

오늘 복음은 예수님께서 가셨던 그 길을 걸으면서 주님의 말씀을 전하는 그 일이 아빠 하느님께는 큰 기쁨이 되시지만, 또한 그 일을 하면서 우리는 어떤 누구도 알지 못했고 보지도 듣지도 못했던 <아버지가 누구이신지 알게 되었다.>(10,22)는 사실에서 참으로 축복받은 사람들이며 이미 참 행복을 보고 듣고 만지고 있음에 감사하면서 살아가야 합니다. 부족하고 모자란 우리들이지만 세상 앞에서 주춤거리거나 주저하지 말고 예수님을 통해 드러난 하늘나라의 신비 곧 아빠 하느님을 알았음에 기뻐하고 감사하면서 살아가도록 노력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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