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묵상

김준수 아오스딩 신부님의 묵상글입니다.
2019.10.19 09:09

연중 제28주간 토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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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 한참 잘 나갈 때, 처음 보는 분이 저를 잘 안다고 하기에 저도 저 자신을 잘 모르는데 <어떻게 저를 그렇게 잘 아십니까?>하고 불편한 내색을 거침없이 표현한 때도 있었습니다. 사람이 사람을 안다는 기준이 무엇이기에 처음 대면한 저를 보고 <잘 안다.>고 말할 수 있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너무 피상적이고 상투적인 처세술처럼 들리기에 이런 분을 만나면 저는 사실 힘들고 불편합니다. 논어 안연 편에 보면, 번지가 지혜에 대해서 공자께 묻자, 공자께서 <지혜란 사람을(=타인을) 아는 것이다.>고 대답했다고 합니다. (樊遲問知 子曰知人) 그런데 공자께서 말씀하신 지혜란 흔히 우리가 생각하는 것과 달리, 사람을 아는 것이며, 사람과의 관계를 잘 해내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다른 사람을 어떻게 알 수 있고, 얼마나 잘 알아야 타인 앞에서 그 사람을 참으로 안다고 말할 수 있을까요? 우리가 흔히 타인을 안다고 말할 수 있기 위해서는 먼저 <내가 아는 것, 내가 알 수 있는 것, 내가 알아야 할 것>을 알아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이는 곧 만나서 함께 지내면서 자연스럽게 보고 듣고 느끼면서 알 수 있는 것입니다.(가장 기본적인 정보-나이며 직업...) 이를 바탕으로 좀 더 세부적으로 관계를 맺어가면서 관심사를 직접 물으면서 알 수 있는 것이며 또한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를 통해서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점은 바로 그 사람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관입니다. 이는 흔히 유유상종한다는 표현처럼 비슷한 가치(=신앙 등)를 가진 사람들은 친구가 되기 싶습니다. 비슷한 가치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과의 관계는 관심사가 같기 때문에 우선 말이 잘 통하고 친근감이 들게 마련입니다.

 

오늘 복음(Lk12, 8~12)에서, 예수님께서는 <누구든지 사람들 앞에서 나를 안다고 증언하면, 사람의 아들도 하느님의 천사들 앞에서 그를 안다고 증언할 것이다. 그러나 사람들 앞에서 나를 모른다고 하는 자는, 사람의 아들도 하느님의 천사들 앞에서 그를 모른다고 할 것이다.>고 말씀하십니다. 어떤 누군가가 나를 참으로 안다고 할 때, 그 앎은 바로 저와의 관계를 전제로 하는 표현이라고 봅니다. 이와 마찬가지로 예수님께서 다른 사람들 앞에서 당신을 안다고 증언한다는 것은 일차적으로 당신에 관해 아는 것을 말하는 것이고 더 나아가서 그 앎이란 인격적 관계의 앎을 의미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물론 앎이 깊어지고 넓어지면 그 관계의 깊이와 넓이도 그만큼 더 확장되고 그 관계에 따라서 삶에서 그런 친밀감을 자연스럽게 타인들에게 표출 되리라 생각합니다. 이처럼 예수님과 우리의 관계가 심화되고 친밀해지면 결국 예수님의 꿈이 나의 꿈이 될 것이고, 예수님께서 이 땅을 살면서 실현하고자 하는 하느님 나라의 가치는 또한 내가 실현해야 할 최우선적인 가치이자 관심사가 될 것입니다. 그러기에 이런 인격적 관계의 앎에서 기회가 좋든 나쁘든, 평온하든 힘들든 상관없이 사람들 앞에서 기꺼이 예수님을 안다고 고백하게 되리라 생각합니다.  <사람들 앞에서 안다고 증언하는 것>은 바로 신앙의 고백이자 증언이며(=순교 martyr: 증인, 증거자)이지만, 반대로 <사람들 앞에서 모른다고 증언하는 것>은 배교를 의미하는 것입니다. 그러기에 이는 성령을 따라 살려는 신앙인의 의연하고 당당한 모습이며 바른 태도의 기본입니다. 그래서 오늘 복음의 말미에서, 예수님께서는 <너희는 회당이나 관청이나 관아에 끌려 갈 때, 어떻게 답변할까, 무엇으로 답변할까, 또 무엇을 말할까 걱정하지 마라. 너희가 해야 할 말을 성령께서 그때에 알려 주실 것이다.>(12,11.12) 강조하신 까닭입니다. 그렇습니다. 예수님을 아는 것도 성령의 도움이지만, 예수님을  사람들 앞에서 안다고 증언할 수 있는 것도 성령의 힘입니다. 그러기에 자신의 생각들을 내려놓고 성령께서 우리 마음 안에 내주하시고 활동하실 수 있도록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마음을 비우는 일입니다. <진리의 영이 나를 증언하시고 너희도 나를 증언하리라.>(Jn15,26.27참조)

 

* 오늘은 저희 수도회 창립자이자 사부이신 십자가의 성 바오로의 대축일입니다. 창립자의 축일을 맞아 일곡동 공동체는 조촐하게 활동 수녀회 수녀님들, 광주 지역 동반자 임원진과 함께 오후 5시에 저녁기도와 함께 창립자 대축일 미사를 봉헌하렵니다. 함께 하고 싶겠지만 함께 하시지 못한  분들은 마음으로나마 저희와 함께 기쁨을 나눠주시기 바랍니다. 또한 오늘은 첫 선교사로 오셨다가 선종하신 박 도세 유스티노 신부님의 11주기이기도 합니다. 박 도세신부님도 기억해 주시면 고맙고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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