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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태원 가브리엘 신부님의 묵상글입니다.
복음 사색

읽기와 쓰기

by 후박나무 posted Feb 24,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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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일날은 아침 일찍 직원들을 출근시켜야하기에 우이령에는 못 오르고 운전을 하다. 피정자들이 3팀이나 있어 주차장이 몹시 혼잡하다. 대부분의 차는 가지런하게 주차했으나 꼭 자기 편한 것만 보이는 환자들 덕에 새벽부터 차를 빼느라 애 좀 먹었다. 주차해놓은 것을 보면 운전자의 시야의 넓고 좁음, 함께 살려는 사람답게 이웃에 대한 배려가 있는지의 유무(有無)가 눈에 띈다.

 

간단히 요기를 하려 수도원 식당에 들어가니, 개인피정을 하러 와 계신 교구본당신부님이 ‘책읽기’를 사목의 중요 아이템으로 하고 계시다는 말씀 중이었다. 아우구스티누스의 ‘고백록’을 말씀하시기에, 페이지마다 진실이 20대 초반의 나에게 힘을 주었지만, 그렇게 진솔하게 자신을 드러내기는 너무 힘든 일이므로 고백록을 읽고는 자서전 같은 것 쓰기를 포기했다“ 고 하며 대화에 끼어들었다. 읽기는 쓰기로 마무리 되므로, 그렇게 읽고 쓴 후(後)와 전(前)의 교우들이 오늘 루카복음에 접근하고 이해하는바에 어떤 차이가 생기더냐를 물었다.

 

나의 의도는 긴 이야기 짧게 해서, 책이란 것은 성서를 포함하여 일어났던 일을 그대로 옮긴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리스본행 야간열차’에서 인용하듯 “묘사된 들판은 언제나 현실의 들판보다 더 푸르다” 는 것이다. 교우들이 읽고 쓰기를 통하여 성서에 기록된 것을 있는 그대로 현실에 옮기는 것이 복음화가 아니라는 점을 깨닫게 된다면 그 “책읽기”는 사목적으로 성공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일어났던 일을 깊이 숙고하여 현재와 내일을 위한 교훈으로 만든 이들이 대부분 성직자 계급이라면, 그 성서를 현실에 어떻게 적용하느냐 하는 노하우는 구체적으로 현실에서 사는 평신도들의 몫이다.

 

기존 사회질서를 뒤엎어버리는 예수님의 오늘 말씀을 유머러스하게 받아들이고 실천한 한 예를 보자.

매일 미사에 참여하던 부인이 몸이 불편하여 남편에게 대신 미사에 다녀오라고 부탁했다. 성당에서 돌아온 남편은 아무 말 없이 그저 자기아내를 꼭 끌어안았다. 안하던 짓을 하니 영문을 모르는 부인이 아무리 물어도 남편은 대답을 하지 않았단다. 그래 부인은 그날 강론이 어떤 말씀이었는지를 수소문 하였다. 그랬더니……. “원수를 사랑하라!” 이었다고…….

 

가장 가까운 사람이 원수가 되지, 자신과 별 관계가 없는 사람이 원수가 되는 일은 없다. 그러므로 쥐구멍에 볕이 들고 경천동지(驚天動地)할 일은 자기에서부터 시작된다. 로마에서 돌아와 첫 번째 외부미사로 강진 성. 요셉 여고 졸업미사에서 했던 강론은 아직 유효하다.

 

세상은 더도 덜도 없이 내가 변한만큼만 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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