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묵상

김준수 아오스딩 신부님의 묵상글입니다.
2019.10.12 07:39

연중 제27주간 토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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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은 낯설고 쑥스러운 고백이지만, 제 엄마 돌아가신 마지막 순간에 전 제 엄마 젖가슴을 만졌습니다. 자식에게 엄마의 젖가슴은 단지 생리적인 젖가슴이 아닙니다. 제 엄마는 모태로 저를 배고 낳았다면, 사랑과 생명의 젖가슴으로 저를 키운 것입니다. 그래서 엄마가 죽어가는 그 순간 엄마의 젖가슴을 만진 것은 바로 그 생명과 사랑을 잊지 않겠다는 저의 사랑의 표현이었던 것입니다. 지금도 26년이란 세월이 흘렀지만 그 때 제가 한 행동이 부끄럽다고 생각해 본 적은 한번도 없고 오히려 참 잘했고, 그래서 불현듯이 엄마가 그리울 땐 엄마 얼굴이 아련히 생각나기도 합니다.

 

오늘 복음에 보면, 예수님의 말씀에 감동을 받았으리라 느껴지는 군중 가운데 어떤 여자가  <선생님을 배었던 모태와 선생님께 젖을 먹인 가슴은 행복합니다.>(Lk11,27)라고 목소리를 높여 칭송합니다. 이런 감동적이고 감탄스러운 표현은 오직 본인 스스로가 자식을 낳아 본 사람이 아니면 할 수 없는 표현이라고 봅니다. 예수님의 지금의 이 모습이 있기까지 어머님의 지극한 보살핌과 그 어머니로부터 <삶과 사람에 대한 감사와 고귀함>을 듣고 배우지 않았으면 도저히 사람의 지식만으로는 가능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본 것입니다. 즉 자식의 위대함은 어머니의 위대함이기도 하며, 자식은 부모를 닮기 마련입니다. 어머니란 존재는 세상의 가장 지혜롭고 따뜻하며 인자한 스승입니다. 세상에 어머니 보다 더 위대한 스승은 없다고 저는 고백합니다. 이 여자의 고백은 예수님을 잉태한 마리아에게 대한 엘리사벳의 예언(1,39-45)의 성취이며 반향이기도 합니다. <당신은 여인들 가운데에서 가장 복되시며 당신 태중의 아기도 복되십니다.>(1,42) 엘리사벳으로 시작된 예수님의 어머니 마리아께 대한 행복찬양을 교회는 <성모송>을 통해 기도하고 있습니다.

 

물론 예수께서는 이 여인의 칭찬을 인정하셨지만, 혹여 라도 무슨 오해나 착오가 일어나지 않도록 당부를 잊지 않으셨습니다. <하느님의 말씀을 듣고 지키는 이들이 오히려 행복하다.>(11,28)고 말입니다. 즉 여자가 말한 행복은 육체적인 기쁨에서 오는 행복이라면 예수님이 말씀하신 행복은 영적인 것을 강조하신 말씀입니다. 그렇습니다. 참된 행복은 하느님의 말씀을 듣고 그것을 실천하는 데 있으며 그 완전한 전형이요 모델이 다름 아닌 성모 마리아이십니다. 성모님은 정녕 복되신 분이십니다. 하느님의 아드님을 낳으시고 기르신 어머니이시기에 복되신 것만이 아니라, 하느님의 말씀을 듣고 지키는 참된 제자이며 신앙인이기에 복되신 것입니다. 이런 점에서 이 땅위에 살았고 살아가는 모든 여인 중에 가장 복된 여인이시며 어머니이신 것입니다. 아드님 살아생전에 어머니의 삶은 아들이신 예수님으로 말미암아 기쁨과 슬픔, 환희와 고통이 늘 교차되는 삶을 사셨지만, 오늘 복음의 이 여자의 표현대로 이제는 <성모 마리아의 육신적인 어머니성을 찬양한다.>고 해도 결코 틀린 표현이 아니며 오히려 더욱 더 강조해야 하리라 봅니다. 오늘 우리 세대가 다시 <母性의 아름다움과 거룩함>을 회복하기 위해서라도 <마리아의 모성>을 드러내 놓고 알려야 한다고 믿습니다. 세상이 모성을 잃어버릴 때 세상은 그만큼 사람 냄새를 잃어버리게 되고, 사람 냄새를 잃어버리면 그만큼 세상은 살 맛을 잃고 그 모성의 인자함과 자비로움과 따뜻함과 포근함을 잃어버린 삭막한 세상이 되어 가리라 봅니다.

 

아우구스띠노 성인은 <마리아는 그리스도의 몸을 잉태한 것보다 그리스도를 믿었던 점에 있어서 더욱 복되신 분이다.>라고 말했습니다. 온전한 믿음과 사랑을 가졌기에 어머니는 아들이 걸어가신 십자가 길을 함께 따라가며 고통에 참여하였던 것입니다. 참된 행복은 하느님의 말씀을 듣고 그 말씀을 지키며 살아가는 것이지만, 내 가족과 친구와 가까운 이웃이 하느님을 외면하고 진리이신 말씀을 거부하고 살아가고 있다면 어찌 나 혼자만의 행복을 누리며 살 것입니까? 세상의 모든 어머니들이 자신들의 모성을 제대로 살아갈 때 세상은 더욱 따뜻하고 포근해 질 것이지만, 자신의 자식만을 아낀 채 다른 아이들을 경쟁과 위협의 대상으로 생각하여 무관심과 냉대로 대응하고 반응한다면 세상의 아름다움과 거룩함은 결코 이루어지지 않으리라 봅니다. <오직 내 자식만이 보이고, 오직 내 자식만이 최고다고 생각하는 어머니들이 많아진다면 세상은 다시 아름다운 세상, 사람냄새가 나는 세상은 이루어 지지 않으리라 봅니다.>

 

파스칼은 모성애에 관해서 말할 때면 꼭 그 특징적 장점으로서 <합일의 정열>을 들기도 하지만 아울러 자식을 훌륭하게 키우기 위해서는 모성의 <분리의 정열> 또한 필요하다고 강조합니다. 남녀의 사랑은 두 사람이 하나가 되는 사랑이지만, 모성애는 하나였던 것이 두 사람의 별개의 인간으로 나뉘는 사랑입니다. 어떤 면에서 모성애란 이별과 상실을 최종 목표로 한 서글픈 사랑인 것입니다. <자식이 때가 되면 어머니의 품을 떠나 날아가도록> 해 주는 것이 모성애임을 제 어머니는 수도원에 입회하려는 제게 가르치셨습니다. 어머니로서의 최종 역할을 다하기 위해서는, 세상의 모든 어머니들은 사랑하는 자식을 멀리 놓아 주는 능력, 이기심이나 독점욕이나 지배욕을 버리고 그 대신에 이타심을, 주는 능력을 사랑하는 자의 행복만을 바랄 뿐 보답을 바라지 않는 능력을 길러야 합니다. 오늘 복음의 <선생님을 배었던 모태와 선생님께 젖을 먹인 가슴은 행복합니다.>(11,27)라고 칭송한 어떤 여자의 감동의 소리와 <하느님의 말씀을 듣고 지키는 사람이 오히려 행복합니다.>(11,28)고 말씀하신 예수님의 언급은 바로 다름 아닌 <모성애의 합일의 정열과 분리의 열정>을 지니신 어머니 마리아 안에서 온전히 실현되고 있음을 우리는 느끼고 봅니다. 성모 마리아는 모든 어머니들의 참 위로자이시며, 모든 어머니들의 참 표본이시고 표양이십니다. 세상의 모든 어머니들이 성모님의 참 행복을 자녀들로부터 받게 되기를 바라고 또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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