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日是好日

2021.12.18 17:00

함박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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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youtu.be/hrCK_EVjcZ0

 

https://youtu.be/NsIq_62JfHw

 

창밖 가득히 함박눈이 펑펑 내리고 있다. Red river valley를 들으며 내리는 눈을 내다보고 있다

내리는 눈을 보고 있으려니 눈앞의 명상의 집은 어느새 사라지고 설악산 수렴동 대피소에서 새벽에 백담계곡으로 내려가 밤새 언 계곡의 숨구멍을 틔우느라 얼음을 깨는 내 모습이 중첩된다. 그렇게 사람과 사람이 만든 것으로 이루어진 세상을 떠나 그 너머의 세계에 대한 향수라도 유지하고자 해마다 1월이면 설악을 올랐다. 그렇게 해마다 이어지던 산행은 50이 넘은 어느 해 여느때처럼 지리산에 혼자 올라 종주를 하다가 참 낯선 나를 마주치고는 그만 두게 된다. 아마 연하천 산장쯤으로 기억되는데 코펠에 쌀을 씻어 버너에 올려 놓고 밥을 짓다가 문득 내 모습을 제 3자의 눈으로 보니 영락없이 중늙은이가 궁상을 떠는 형국이었다. 그 후 산행은 자연스레 그만두게 되었다.

 

수도원에 입회하기 전 한번은 작고하신 아버님과 함께 설악을 올라 백담계곡, 쌍폭, 소청, 중청, 대청 다시 소청으로 내려와 희운각을 거쳐 천불동계곡, 양폭, 비선대, 외설악 공원으로 하산하여 강릉으로 가 고속버스로 서울로 돌아온 적이 있다. 백담산장에서 1박을 할때는 얼마나 추운지 1시간마다 깨다가 새벽 4시에 산장을 나섰다. 내뿜는 숨이 모자에 닿아 고드름이 열리는 날씨였다. 그때만 해도 소청산장은 없었고 봉정암에 딸린 다 쓰러져가는 오막살이를 산장으로 썼다. 이제 내가 나이 들어보니 아버님이 얼마나 강인하셨는지 이제야 짐작이 간다. 그렇게 힘들 줄 아시면서도 흔쾌히 설악등반에 따라나서신 것도 아마도 아들과 함께 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는 생각을 하셨을 것도 같다. 수도회에 입회할 날자가 얼마 남지 않은 나로서는 서먹서먹하던 아버님과의 관계에 어떤 변화를 원했는지도 모르겠다.

 

얼마 지나지 않아 곧 집을 떠날 나로서는 철이 든후 그때까지 아버님 살아생전 대화다운 대화라고는 단 한번 한 것이 전부였다. 서로가 다 아는 사건이라도 얼마나 다르게 기억하고 있는지, 얼마나 다른 의미로 자신들의 삶에 영향을 주었는지 당시에는 몰랐었다. 그랑 블루에 나오는 남자 주인공 자끄 마욜이 가족사진을 내밀 때 돌고래 삼형제의 사진을 보여주듯, 나도 그리 다르지 않다. 일찍 돌아가신 어머니에 대해선 다시 말할 필요도 없고! 산 이와 죽은 이 사이에 다리를 놓아주는 역할을 하는 무당이 하는 말, 꼭 화해라는 말에 해당되지는 않더라도 살아가면서 알게 모르게 쌓여 껄끄러운 관계가 되게 한 삶의 부산물은 “살아 생전에 이야기를 통해 해소하는 것이 죽은 뒤에 하는 것 보다 훨씬 더 쉽다” 고 한다. 이제는 그때 그 당시의 상황 속에서 아버지의 마음이나 감정이 어쨋을것인지 자신의 나이에서 오는 경험을 통해 가만가만히 그려볼 뿐이다.

 

본명이 요셉이었던 아버님은 요셉처럼 꿈쟁이 이었을까? 나는 그것도 모를 정도로 아버님에 대해서는 무지하다. 일찍 돌아가신 어머니에 대해서는 말해 무엇하랴? 얼굴도 모르는데…….쿤타 킨테처럼 새삼 뿌리를 찾아야 하나? 나로서는 그럴 필요를 전혀 느끼지 않는다. 나만의 직관력도 큰 몫을 하지만 인간이라는 종의 공통성과 그 한계를 어느 정도 이해하기 때문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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